‘티메프 방지법’에 티메프는 없다?
규제 대상 범위로 두 가지 제시
‘수익 1000억·거래 1조’ 채택 땐
정작 티메프는 해당 안 될 수도
정산 ‘30일 이내’로…소폭 단축
소상공인들은 ‘10일 이내’ 요구
정부가 9일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을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법’ 초안을 공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인 온라인 상거래(e커머스)업체의 판매대금 정산기한을 단축하고, 판매대금 별도 관리를 의무화한 내용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안대로라면 정작 티몬·위메프는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대책으로 마련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대형마트·백화점 등을 규제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 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의 e커머스업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 규제 대상과 내용은 확정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규제 수위가 다른 복수 안을 제시,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e커머스 규제 대상 업체 범위를 두고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안은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인 경우이고, 두 번째는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경우다.
공정위가 첫 번째 안을 선택하면 티메프가 규제 범위로 들어온다.
문제는 연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티몬과 위메프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티몬은 2022년 1205억원, 위메프는 2023년 1268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그 이후 매출 실적과 전체 매출 중 중개거래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의 매출액이 올해 1000억원이 넘더라도 전체 매출 중 중개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이 1000억원이 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티메프는 적용받지 않는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법’이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e커머스업체의 판매대금 정산기한은 30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구매확정일부터 10~20일 이내’와 ‘월 마감일부터 30일 이내’ 중 하나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대규모유통업법상 규정인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보다는 진전됐지만, 납품업체들이 기대하는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 이내에는 미치지 못하는 안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13일 소상공인 314명을 대상으로 한 ‘티메프 사태 관련 소상공인 피해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판매대금을 10일 이내에 정산해야 한다”는 응답은 82.5%에 달했다.
e커머스업체가 판매대금을 직접 수령하는 경우 판매대금은 제3의 기관 예치나 지급보증 등을 통해 별도 관리하도록 의무화를 추진한다.
다만 공정위는 별도관리 의무의 범위를 판매대금의 100%로 할지, 50%로 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e커머스 기업에서 광고 수입 등 각종 수익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중개거래를 통해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티메프 없는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법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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