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 미만 제외…쿠팡·배민, 독과점 규제서 빠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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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국·일본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이 플랫폼 독과점 남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드는 배경에는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입법 방침의 후퇴로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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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국·일본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이 플랫폼 독과점 남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드는 배경에는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플랫폼은 제조업·서비스업과 달리 1등 사업자가 빠르게 독점 체제를 굳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사전지정제+입증책임 전환’을 뼈대로 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이유였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지난 2월 공정위는 법 제정을 보류했고, 이후 7개월 만에 사전지정제 대신 ‘사후 추정+임시중지명령’을 들고 나왔다. 새로운 규제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겠다는 목표는 사라지고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입법 방침의 후퇴로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기존 사업 영역을 중개하고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 탓에, 시장을 획정하고 독과점 사업자 여부를 가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통상 조사부터 제재까지 2∼5년이 걸린다. 당초 공정위가 제정하려던 제정법에 ‘사전 지정제’를 규정했던 이유다. 그런데 이번에 특별법의 큰 두 바퀴 가운데 하나가 빠져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매년 6대 플랫폼 분야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해 얻은 자료를 통해 사건 발생 뒤 사후적으로 독과점 사업자 여부를 정하면 사건 처리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사후 추정) 제도 개선을 통해서 상당한 수준의 사건 처리 시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정 사건 심의 과정에서 ‘사후 추정’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사전지정과 비교하면 기간 단축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영국 한신대 교수(경제법)는 “현재 공정거래법도 점유율 규정 등을 통해 독과점 지위 여부를 사후 추정하는 방식이다. 사후 추정 단계에서 사업자와 다투는 단계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라며 “사전지정제가 빠지면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보완책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임시중지명령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있다. 공정위는 회복 곤란한 경쟁 저해 등이 발생했을 때 독과점 남용을 임시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 처분의 적법성 논란이 번졌을 때, 책임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임시중지명령을 발동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과점 플랫폼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공정거래법상 독과점의 기준은 1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5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는 75% 이상이다. 플랫폼의 점유율 기준(1개 사업자 60%, 3개 이하 사업자 85%)이 더 깐깐하다. 또 스타트업 반발을 고려해 매출 4조원 미만 기업에는 아예 제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쿠팡, 배달의 민족 등은 공정위 규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점유율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 매출이 3조원대에 그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대책은 국회에서 크게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사전지정제를 뼈대로 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남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규제의 핵심인 사전지정제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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