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헐, X나’ 표현 부적절…자녀 눈높이 문장으로 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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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언어치료사와 청능사에 관심이 있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특강을 했었다.
두 표현 모두 전달하려는 의미를 대략은 알겠지만, 말하는 이의 정확한 느낌과 의견은 오리무중이다.
신문 기사처럼 육하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녀의 눈높이와 감정 상태를 고려한 부모의 구체적인 말하기가 가족 내에서 이어진다면 이러한 대화에 집중할수록 아이는 다양한 표현력을 갖춘 대화자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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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언어치료사와 청능사에 관심이 있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특강을 했었다. 비교적 학군이 좋고,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고등학교였기에 학생들 역시 강의에 열의를 갖고 관심을 보이며 집중해 주었다. 하지만 강의를 마치고 한 학생이 친구와 나눈 몇 마디에 필자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이 강의 X재밌어!’ 동료 교수는 요즈음 청소년들의 일반적인 표현이며 놀랄 정도도 아니니, 칭찬으로 들으란다. 이 표현에 쓰인 ‘X’의 쓰임을 나름 분석해 보니 대체로 명사와 함께 사용하지는 않으며, 주로 술어 앞에서 그 쓰임이 많지만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붙여 쓰는 것 같다. 술어를 과장해서 꾸미는 부사 역할을 하지만 술어에 붙여 쓰니 한국어의 새로운 접두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기세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 중에 ‘대박’ ‘헐~’ 같은 표현도 놀라울 따름이다. 음식이 맛이 있어도, 옷을 잘 입어도, 놀랄만한 대형 사고를 접해도, 공부를 잘했어도 웬만한 장면에서 흔히 듣게 되는 표현이 바로 이 ‘대박’이다. 두 표현 모두 전달하려는 의미를 대략은 알겠지만, 말하는 이의 정확한 느낌과 의견은 오리무중이다.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를 마치고 이런저런 코멘트를 해주었더니 학생에게서 돌아오는 표현 역시 ‘헐~’이었다.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더니 교수님의 접근이 놀랍고 새로워서였단다. 그렇게 표현하면 되는데 왜 굳이 그 단어를 쓰느냐고 재차 묻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단다. ‘제가 정말 요즘에 많이 쓰는 말이에요. 초등학생들도 많이 쓰고 하니까….’ 뒤이어 구태의연하기까지 한 전공 지도교수의 넋두리 같은 훈시가 이어졌지만, 공염불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을 이렇게 유행하는 한 두 단어가 아닌 보다 정돈된 문장으로 표현하게 하려면 결국은 부모의 말하기 습관이 중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상황에 적절하게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아이가 집중하는 상황에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도록 단어와 문장을 선택해서 말해주어야 한다. 부모 스스로 그 상황이나 물건이 좋다면 왜 좋은지, 최고이거나 놀라운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아무리 아이가 집중해서 들었더라도 반드시 완성된 문장으로 마무리를 지어줄 수 있어야 한다.
“-- 때문에, --서, --니까, --라는 점이 좋았어” “그래서 엄마는 --라고 생각해” 정도의 설명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신문 기사처럼 육하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녀의 눈높이와 감정 상태를 고려한 부모의 구체적인 말하기가 가족 내에서 이어진다면 이러한 대화에 집중할수록 아이는 다양한 표현력을 갖춘 대화자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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