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 뒤엔 또 강제수용…갇혀버린 23년, 비극은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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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가명·66)씨가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진실화해위가 피해 사실을 확인한 5개 부랑인 시설 중 4곳을 포함해 23년 동안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부랑인 시설 4곳을 거치고 1998년부터 서울역과 동대문운동장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던 그는 2년 전에 임대주택을 얻어 뒤늦게 '집'에서 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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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가명·66)씨가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진실화해위가 피해 사실을 확인한 5개 부랑인 시설 중 4곳을 포함해 23년 동안 끔찍한 시간을 보냈다. 2011년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함몰되고 청각 손상 등 후유증이 생겼다는 그의 말은 알아듣기 쉽지 않았지만 간절한 표정만으로도 굴곡진 삶이 엿보였다.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1971년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상경해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다 1973년 가을 고향인 대구역 대합실에서 단속돼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됐다. 대구시립희망원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없는 방에 30명 정도가 갇혀 생활했고, 옷을 깨끗이 빨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나마 한달 뒤에 어머니가 찾아와 퇴소할 수 있었으나 평범한 삶은 얼마 가지 않았다.
1974년에는 용산역 대합실에서 단속돼 서울시립아동상담소에 수용됐다가 2년 뒤 문고리 공장에 취업하면서 퇴소했다. 그러나 1981년 3월 을지로입구 인근 공원 의자에 앉아 있다가 서울 중구청 직원 단속으로 이번엔 서울시립갱생원에 강제수용됐다. 식사 배식을 하고, 철공소와 페인트·용접·가죽공장 등에서 일하고 일주일마다 1천원씩 받았다. 서울시립갱생원에서 도망치다가 붙잡히거나 수용자 간에 싸움이 벌어지면 독방에 수용됐으며, 독방 내부에서는 신체가 결박된 상태로 식사를 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서울갱생원은 수용자에 대한 처벌 목적으로 통·방장 등 간부가 수용자에게 구속복(Straitjacket)을 강제로 입힌 뒤 ‘벌방’ ‘기합방’ 공간에서 폭행을 가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씨도 “도망가다가 붙잡혀 오거나 다른 원생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독방에 갔다. 독방에서는 엄청 무거운 옷을 입혀놨는데, 그 옷은 다른 데는 다 막혀 있고 입만 뚫려 있었다. 너무 무거워서 손을 움직일 수 없는데 그 상태로 밥을 먹어야 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시립갱생원에선 1982년에 차비를 받고 퇴소했는데, 고향 대구로 가던 중 차비를 다 써서 대전역 파출소에 찾아갔다가 대전 성지원에 강제수용됐다. 이듬해에는 성지원과 같은 복지법인 소속인 양지원(충남 연기군)으로 대규모 전원돼 송현원(정신요양원) 건물 공사에 투입됐다. 하루 12시간씩 부랑아시설 신축 강제노동에 동원되기도 했다. “부랑인시설 신축이 지연되는 등 사업 추진에 차질이 있다. 시설 자체의 유휴 노동력을 활용하라”는 보건사회부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1998년 양지원생 박영섭씨 등의 폭로로 인권침해 상황이 외부로 알려져 국회의원 방문 조사가 이뤄졌고 이때 경찰과 면담한 뒤 적금 70만원을 받고 퇴소할 수 있었다.
부랑인 시설 4곳을 거치고 1998년부터 서울역과 동대문운동장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던 그는 2년 전에 임대주택을 얻어 뒤늦게 ‘집’에서 살 수 있게 됐다. 이씨는 어눌한 발음으로 “진실규명 결정하셨다니 참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적어온 글로 이렇게 전했다. “대구시청 직원이 희망원에 안 보내고 대전 역전 파출소 경찰이 성지원에 안 보냈다면,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금처럼 기초수급을 받게 하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게 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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