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동채의 캐즘 돌파구···원가혁신·新소재개발
인니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구축
원가혁신으로 캐즘 극복 승부수
“이대로면 4년 뒤 사라질 수도” 위기감
이동채 전 에코프로(086520)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경영 복귀에 나섰다. 이 전 회장은 이대로 가다간 회사가 수년 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기술 및 공정개발 혁신과 경영 효율화를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도네시아에서의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확대를 첫 행보로 잡으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9일 에코프로에 따르면 에코프로 최대 주주인 이 전 회장은 최근 이사회에서 상임고문으로 선임돼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현 경영진이 2차전지 업계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배터리 산업의 불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꺼냈다. 중국 소재 업체인 GEM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가 GEM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공장은 연간 약 2만 톤의 니켈을 생산하는 제련소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기존 사업인 전구체 생산에 이어 제련 분야도 진출하게 됐다.
이 같은 공급망 확장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저렴하게 니켈을 공급받아 양극재 생산 단가를 크게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으로 전체 매장량의 24%를 보유했다. 이 전 회장 또한 생산비용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그는 “파괴적 혁신 없이 캐즘을 돌파할 수 없으며 에코프로도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3~4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뒤 “GEM과 함께 구축하는 통합 밸류체인이 배터리 캐즘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의 발언은 K배터리가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집중해오다 위기에 내몰렸다는 자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잉 투자와 함께 배터리 산업 생태계 종사자들이 제조업 본질 경쟁력을 무시한 게 캐즘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한국이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NCM) 배터리가 가격경쟁력 등으로 인해 중국이 독점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의 앞길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는데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계기로 에코프로비엠(247540)이 미드니켈, 나트륨 등 새로운 양극재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미드니켈을 적용한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낮지만 가격경쟁력이 높아 LFP 배터리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트륨이온전지 양극재나 고체 전해질 등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는 한편 기존 주력 분야인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의 경우 하향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계열사 전반의 비용 절감 등 경영효율화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올해 4월 향후 2년간 비용을 30% 절감한다는 목표 아래 계열사들과 함께 원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비용 절감은 실적 개선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에코프로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5% 감소한 86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 또한 546억 원으로 1분기 대비 약 248억 원 늘었다. 에코프로비엠 또한 2분기 매출액으로 전 분기에 비해 17% 감소한 8095억 원을 기록했고 39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간신히 흑자를 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업황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K배터리가 전기차 시장 회복 시점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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