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보안관은 왜 지침에도 없는 퇴거조치를 하나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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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세계 장애인의 날인 12월3일을 맞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등 주요 지하철 역사 안에서 피케팅, 기자회견, 침묵 선전전 등 다양한 형태의 '지하철 직접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지하철 직접행동이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라며 전장연 활동가들을 철도안전법 및 시행규칙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매일 아침 혜화역에서 퇴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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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선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단’ 변호사
지난 2021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세계 장애인의 날인 12월3일을 맞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등 주요 지하철 역사 안에서 피케팅, 기자회견, 침묵 선전전 등 다양한 형태의 ‘지하철 직접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장연이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에게 교통권과 관련한 장애인 차별에 관하여 알리는 지하철 직접행동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옥내집회에 해당한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이자 민주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전장연이 지하철 직접행동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서울시 예산 확보, 서울시의 중증 장애인 노동자 400명 대량 해고 철회,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 철회 등의 내용은 장애인이 동등한 서울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서울시와 동료 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지하철 직접행동이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라며 전장연 활동가들을 철도안전법 및 시행규칙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매일 아침 혜화역에서 퇴거시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기자회견을 고성방가 또는 소란을 피우는 행위(철도안전법 제48조 제6호)로, 피케팅을 ‘연설’(동 시행규칙 제85조 제3호)로 치부해 ‘불법행위’라는 논리를 펼친다.
전장연 지하철 직접행동 현장에서 보면, 승강장을 가득 채운 수십명의 지하철보안관이 몇명의 전장연 활동가들을 둘러싸고, 사지를 붙잡거나 휠체어를 들어 올려 역 밖으로 퇴거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하철보안관은 경찰관이 아닌 서울교통공사 소속 직원으로, 역사 및 열차에서 범죄, 무질서 행위를 예방·단속하여 시민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이용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및역업무운영예규 제46조 제1항). 업무 수행 시 관련 법률 및 공사 내부 지침에 의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하며, 관련 당사자의 이의 제기 시 친절하고 명확하게 설명하여야 한다(제49조 제3항).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보안관의 질서 유지 업무와 관련하여 성범죄, 불법촬영, 노숙인, 취객, 종교 전도, 광고물 배포 등 18개 유형의 행위에 대해 퇴거 지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집회’는 이 18개 유형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무조건 퇴거 조치를 하고 있다. 당사자의 이의 제기 시 친절하고 명확하게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전장연 활동가들의 이의 제기에 대해서는 퇴거 불응죄 고소로 응수했다. 당사자의 퇴거 불응 시 채증 후 경찰 등 관계 기관 협조를 받아 퇴거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경찰이 아닌 지하철보안관들이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여 퇴거 조치하고 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 내부 지침에 따르더라도 지하철보안관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부당한 업무 지시일 뿐만 아니라, 지하철보안관으로 하여금 업무상 보호해야 할 서울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강요하는 일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정의하는 ‘시민’에는 장애인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인가?
서울교통공사는 장애 시민에게도 ‘안전하고 쾌적한 이용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지난 4월20일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행사가 열렸지만, 서울교통공사가 혜화역 엘리베이터의 작동을 정지시켜 행사에 참여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서울교통공사는 기본으로 되돌아가, 모든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공사의 운영지침과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호하는 헌법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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