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풍수지리 명당에는 `지칭개`가 산다

박영서 2024. 9.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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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은 명당일까? 궁금하다면 집 주변에서 '지칭개'라는 잡초를 찾아보라.

지칭개가 자라는 곳이 명당이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적으로 풍수를 다룬 '주자의 자연학', '발미론'과 같이 검증된 문헌을 기반으로 저자가 강남, 여의도, 북촌, 용산 등 서울의 주요 지역과 남부 지방의 절터, 제주도의 들판까지 전국 곳곳을 답사해 찾은 '명당 지표식물'이 지칭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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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명당을 찾아내는 잡초 이야기 한동환 지음 / 지식공작소 펴냄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명당일까? 궁금하다면 집 주변에서 '지칭개'라는 잡초를 찾아보라. 지칭개가 자라는 곳이 명당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풍수를 공부하고 들풀을 관찰해온 저자는 미묘하게 환경 변화를 감지해 명당이라고 감별한 땅에서만 자라는 지칭개를 찾아냈다.

자연과학적으로 풍수를 다룬 '주자의 자연학', '발미론'과 같이 검증된 문헌을 기반으로 저자가 강남, 여의도, 북촌, 용산 등 서울의 주요 지역과 남부 지방의 절터, 제주도의 들판까지 전국 곳곳을 답사해 찾은 '명당 지표식물'이 지칭개다.

잡초는 흔히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곳, 원하는 때에 싹을 틔운다. 지칭개 역시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에서 매년 9월에 모습을 드러낸다. 외형은 민들레, 냉이, 뽀리뱅이와 닮았는데 엉겅퀴와 가장 비슷하다. 지금이 지칭개를 통해 명당을 찾아내기 딱 좋은 계절이다. 잡초와 명당,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잡초 지칭개는 '명당 공인중개사'로 통한다.

저자는 책에서 미신적인 풍수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탈바꿈시킨다. 좋은 묫자리와 살기 좋은 집터를 알아보는 풍수사가 자본주의 시대에서 신격화되는 데 문제를 느낀 저자는 기존의 풍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태학, 기후학, 자연지리학 등 여러 지식을 탐구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명당을 탐방했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든 풍수, '명당 찾기 놀이'에 관한 모든 것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최근 크게 흥행한 영화 '파묘'부터 실제 조선시대 파묘 사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풍수에 관한 오해부터 바로잡는다. 특히 묫자리로 조선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세종대왕, 흥선대원군, 이익의 숨겨진 이야기는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풍수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땅의 모양, 산·강과의 거리, 기심 등을 도표화해 만든 간단한 명당 평가 모델로 '도시 명당 찾기'를 하는가 하면, 이보다 더 재미있고 쉬운 방법이 있다면서 '지칭개 찾기 놀이'를 시작한다.

아무리 좋은 곳에 살고 있어도 내면의 걱정과 고통으로만 빠져든다면 그곳은 명당이 아니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고 타자를 알아차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명당을 발견할 수 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명당 사진 47컷에 잡초 세밀화가 더해져 도시 명당을 찾아내는 잡초 이야기가 산책길처럼 펼쳐진다.

책의 산책길을 따라 참나무 육 형제의 얼굴을 외우고 지칭개와 닮은 엉겅퀴, 민들레, 냉이, 뽀리뱅이를 들여다보자. 지칭개를 찾는 여정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무채색 풍경이 생명 공동체의 땅이자 아름다운 도시 명당으로 변하게 될지 모른다. 책 표지를 덮고 밖으로 나가면 어느새 길가에 자란 잡초를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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