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억울한 죽음 계속 발생하는데 의사는 나몰라라 해도 되는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등을 논의한 뒤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참여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고 요구하기로 했다. 9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추 원내대표는 "제일 중요한 건 의료계의 참여 문제"라며 "기회가 있을 때 의료계 동참을 위한 활동을 같이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도 "이번 추석 전후에는 이 부분과 관련해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정갈등이 최대 민생 현안으로 떠오르자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협의체가 구성되면 2026년 의대 정원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제는 의료계다.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2025년도 의대 증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증원 백지화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2025·2026년 증원을 취소하고 2027년 정원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 마당이라 내년도 증원 원점 논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험생들이 원서를 쓴 다음에 정원이 달라진다면 입시에 엄청난 혼란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의료계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협의체 구성이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협의체 구성이 안된다면 의정갈등은 의료대란으로 확산될 것이다. 지금도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국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로 전국이 아우성이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이 풍전등화에 놓인 상황이다. 의료계가 아무리 불만을 가져도 국민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억울한 죽음이 계속 발생하는데 의사는 나몰라라 해도 되는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의사의 본분이다. 한시가 급하다. 의료계는 전향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일단 협의체에 대승적으로 참여해 해법을 논의하고 출구를 찾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