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좀 더 따뜻했으면 [왜냐면]

한겨레 2024. 9. 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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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노키즈존의 부당함을 그린 그림.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최여원 |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영학과 3학년

북적이는 아이들로 활발히 운영되는 문화 공간들. 도심 곳곳에 조성된 넓은 공원과 녹지. 과도한 규제 대신 아이들을 향한 환대. 얼마 전 여행한 유럽에서 느꼈던 것들이다. 우리나라와 많은 것이 다른 유럽이지만, 특히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보다 잘 마련되어 있음을 느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있진 않다. 획일화된 교육 방식, 미비한 공공시설과 프로그램, 적지 않은 ‘노키즈존’ 공간에서 볼 수 있듯 아이들이 자라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저출산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교육, 공공시설을 포함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특히 교육은 아이들이 다채로운 꿈을 꾸며 자신의 미래를 기대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하다. 아이들에겐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취향을 찾고 마음껏 공부하며 지덕체를 갖출 시간, 자신의 여러 모습을 마주하며 자신을 탐색하고 이해도를 높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교육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교내 운동장은 더 작아지고, 심지어 운동장이 없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체 활동으로 행동반경을 넓히며 체력을 기르고, 자연을 느끼고, 예술을 향유하는 법 등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여기는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당장의 입시가 아닌 앞으로의 삶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에 주목하기 힘든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바꿔야 한다. 다양하고 넓게, 많이 배우고 그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교육, 자신이 속한 사회의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교육, 각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그 힘을 기르는 교육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교육의 체계를 잡으면,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학교를 제외하곤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공시설이 절대 넉넉하지 않다. 운영하는 시설 가운데 지원 부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다. 혹은 부족한 홍보나 콘텐츠로 발걸음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큰 규모의 공간 한 곳보다, 세심하게 기획한 작은 규모의 문화 공간을 여러 곳 운영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큰 지역을 좀 더 세분화시켜 동네마다 작은 규모의 공간을 만든 뒤, 지역별 거점화시켜 운영한다면 아이들의 접근성과 활용도도 높아지고 질적으로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 어른들의 시선과 태도도 조금 더 따뜻해지면 좋겠다.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학생 시절이 그리 멀지 않은 나조차도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시키는 ‘노키즈존’처럼 이들을 소외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이유로 만든 딱딱한 규율이 아이들의 순수한 행동들을 억압하고, 튀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틀에 자신을 가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옳고 그름의 구별을 위한 훈육은 필요하지만 그와 다른 맥락으로 아이들을 좀 더 사랑의 시선으로 관대히 바라본다면 좋겠다. 사회의 따뜻한 시선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더 훌륭히 자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면, 그건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고 우리도 모르게 쉽게 내뱉는 조언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알면서도 변화가 더딘 어려운 문제지만 그럼에도 꼭 달라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 모두가 힘을 보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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