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대통령의 명절 선물

이은정 기자 2024. 9. 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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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고마움을 전달하려는 마음을 담아 선물이 오간다.

대통령도 명절 때마다 국가나 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한다.

명절 선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인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멸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을 주로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십자, 성당, 교회가 그려진 포장상자에 설 명절 선물 세트를 보내 불교계가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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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고마움을 전달하려는 마음을 담아 선물이 오간다. 대통령도 명절 때마다 국가나 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한다. 대통령의 선물에는 대통령의 성격과 함께 국정 협력, 지역 화합 등 의미가 반영된다. 명절 선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인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멸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을 주로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 화합을 강조하며 전국 각지 대표 민속주를 선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국 특산물을 모은 종합 세트를 선호했다.


대통령의 선물은 구성 못지않게 받는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논란을 야기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였던 2008년 추석 선물로 불교계 인사들을 위해 황태 멸치 등을 준비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이 일어 다기 선물 세트로 대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인 2006년 추석엔 전국 9곳의 특산 차와 다기 세트를 보냈는데, 수령자 가운데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들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이들이 차 마실 여유가 있겠느냐”는 비판이 이어져 선물을 교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십자, 성당, 교회가 그려진 포장상자에 설 명절 선물 세트를 보내 불교계가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추석 선물로 전통주와 화장품 세트를 마련했다. 전통주 세트에는 도라지약주(경남 진주) 유자약주(경남 거제) 사과고추장(충북 보은) 배잼(울산 울주) 양파잼(전남 무안) 등이 포함됐다. 화장품 세트는 매화 핸드크림(전남 담양), 청귤 핸드크림(제주 서귀포) 사과 립밤(경북 청송) 앵두 립밤(경기 가평) 등으로 구성됐다. 선물 포장엔 국가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을 담았다. 지난번 논란을 고려해 종교색을 뺐다.

이런 대통령의 추석 선물을 일부 야당 의원이 거부하고 인증샷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부부의 추석 선물상자 사진을 올리며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보냈다”고 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택배기사에게 선물을 되돌려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아까운 선물 보낼 시간에 민생부터 챙겨달라”고 요구했다. 무능과 불통의 윤 정부가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항의의 표시다.

이를 둘러싼 뒷말이 많다. ‘안 받을 자유가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진영 간 대립이 격해져도 선물 거부는 옹졸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을 보는 국민은 이래저래 씁쓸할 뿐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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