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코앞인데 또 윤-한 갈등?…시험대 오른 한동훈의 정치력
韓 제외한 대통령 만찬에 당 또 ‘술렁’…“대통령이 거부하는 與 대표엔 힘 안 실려”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의료대란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논의의 공간을 마련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 사이 중재를 이끌어내면서 당 장악력과 존재감을 동시에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 대표는 채해병 특검법 딜레마에 갇힌 데다 여야 대표회담에서도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당 대표 초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생겼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의정갈등 해결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2인3각'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다면 고꾸라진 여권 지지율 반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의 참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한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해결을 위한 중재와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로 대화의 전제조건을 걸거나 의제를 제한해서 참여가 막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의료계의 대승적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야당까지 포함된 협의체이므로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한 발언과 논의가 보장된 구조"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지난주 국민의힘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대통령실과 정부, 야당도 화답했다"고 강조한 뒤 "의료계에서도 대표성 있는 인사들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2025·2026년 증원 백지화를 협의체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 의료계를 제외한 여·야·정 협의체를 먼저 출범하자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당 지도부는 여·야·정만 협의체를 띄울 경우 의료계의 입지를 더 좁힐 수 있기에 의료계 동참을 독려하는 것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종혁 최고위원은 정부가 한 발 물러선 상황을 강조하면서 "이제 의사들의 선택이 남았다"고 의료계를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 증원에 대한 불만과 자신들이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된 데 대한 분노가 여전할 것이다. 이해는 된다"면서도 "어떤 개혁도, 어떤 불만과 분노도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며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와 환자를 떠난 의사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대통령실이 화답하면서 마침내 한 대표의 리더십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협업 사례를 이끌어내며 의‧정 사이 가교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책에 민심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당 안팎으로 제기되는 장‧차관 경질 요구 등 뇌관이 남긴했지만 극적인 타결로 추석 연휴 의료대란 위기를 극복할 경우 당과 대통령, 여당 대표의 지지율 트리플 하락세를 반등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동반 하락하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 위기와 무관치 않단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나아가 한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도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9월1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1%, 더불어민주당 32%로 나타났다. 7월 1주~ 8월4주까지 총 5차례(8월 1~3주 건너뜀) 진행된 조사에서 줄곧 민주당을 앞섰던 국민의힘이 8월5주부터 민주당에 뒤처진 것이다.
협의체는 구성됐지만 협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도 있다. 대통령실이 한 발 물러섰지만 현실적인 타결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분석이다. 전공의, 교수, 개원의 등 단체들 간에 입장차가 큰 데다 어느 한 단체가 협의체에 들어간다고 해도 나머지 단체들이 인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당정관계 개선 없이는 한 대표의 안정적인 리더십 발휘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으로 당정 간 긴장관계가 완화되는 분위기였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과 수도권 중진 의원 등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당이 또 한 차례 술렁거렸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의대 증원 문제와 의정 갈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 한 대표는 물론 친한계 최고위원들은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민심을 전하겠다고 나서 여야, 당정 간의 중재자를 자처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추진력을 가질 수 없는 여당 대표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만찬에 초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겠나. 한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야·정 협의체 만든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거부하는 여당 대표의 말에는 힘이 실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선언한 당정 관계 수평 재정립을 실현하면 된다"면서 "민심은 한동훈 편이다. 의정갈등이라는 낮은 파도도 제대로 넘지 못하면 채해병 특검, 김건희 특검에선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지금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좌고우면하면 앞으로 더 큰 정치적 고난, 더 큰 정치적 목표 앞에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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