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인터넷 접속 장애, 무슨 일이 일어났나?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 9월 5일 저녁 시간대에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원인이나 책임 소재, 피해 규모 등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특정 반도체 업체의 칩셋을 사용한 무선 공유기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무선 공유기를 고객에게 제공한 통신사들은 원인 파악과 함께 보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보안업체가 설정 변경하자 특정 공유기에 오류 발생
인터넷 접속 장애는 지난 5일 16시 57분부터 21시 58분까지 약 5시간 동안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보안소프트웨어 업체의 방화벽 교체 작업 시 인터넷 트래픽이 과다 발생했고, 일부 무선 공유기에서 해당 트래픽을 처리하지 못해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가 언급한 ‘보안소프트웨어 업체’는 안랩, ‘일부 무선 공유기’는 미디어텍이란 대만 반도체 업체의 칩셋을 사용한 아이피타임과 머큐리의 제품으로 알려졌다.
아이피타임은 국내 공유기 시장 1위 사업자이고, 머큐리는 국내 통신3사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공유기를 제조하는 업체다. 미디어텍 또한 올해 1분기 기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대만의 대표적인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다. 머큐리가 국내에 공급한 미디어텍 칩셋 탑재 공유기는 1000만 대가 넘는다. 특정 칩셋 문제가 전국적인 인터넷 장애로 확산한 이유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안랩이 데이터센터 보안 시스템의 일종인 방화벽의 성능 개선 작업을 하면서 패킷 전송 단위 설정을 변경한 게 문제의 시작이다. 패킷은 데이터의 전송 단위를 말한다. 이사를 할 때 너무 큰 가구나 가전은 부품을 분해해서 옮기듯 데이터도 패킷이란 작은 단위로 잘라서 옮긴다.
그런데 패킷을 너무 잘게 자르면 그만큼 많이 왔다 갔다 해야 하니 전송 속도가 느려진다. 그렇다고 너무 큼직하게 자르면 옮기다 잃어버리거나, 파손되기라도 하면 피해가 커진다. 이 때문에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냐에 따라서 패킷 크기를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안랩이 변경한 패킷 설정을 미디어텍의 칩셋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가구를 분해해서 이사할 집에 옮겼는데 도착한 집에 문제가 있어서 가구를 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책임 소재 모호하지만…SKB·KT는 배상 검토
안랩이 패킷 전송 단위를 바꾼 게 사태의 시작이지만, 안랩의 책임이라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안랩 측은 “이 작업으로 자사 서비스나 인터넷 통신망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라며 “만약 안랩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했다면 전체 인터넷 장애로 이어졌을 것인데 이번 경우에는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바뀐 설정값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미디어텍 칩셋의 오류가 문제의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장애에 대해 “아직 정확한 원인은 파악 중”이라며 정확한 경위나 원인, 책임 소재를 확정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신망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통신사의 책임을 추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문제가 된 공유기를 고객들에게 직접 제공했고,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만큼 SK브로드밴드와 KT는 배상을 검토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에게 귀책이 없는 장애가 발생했으니 약관에 따라 하루치 요금 감면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고, KT는 우선 원인 파악 후 요금 감면과 배상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들 이용약관에 따르면 2시간 이상 장애가 지속됐을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요금의 10배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
반면 LG유플러스 문제가 된 공유기를 고객에게 제공한 바 없으니 보상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도 머큐리 사의 공유기를 제공 중이지만 문제가 된 칩셋을 탑재한 모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고객 중에 서비스 장애를 경험한 고객은 아이피타임 공유기를 개인적으로 구매해 사용한 경우라는 게 LG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장애 발생 시 대처법, 보상 신청 방법은?
이번 장애는 안랩이 바꿨던 설정값을 다시 되돌리면서 약 5시간 만에 해결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애와 같은 사례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만약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면 우선 공유기 전원을 껐다 켜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발생한 오류라면 기기가 껐다 켜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오래된 펌웨어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도 전원을 껐다 켜는 것으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통신사 제공 공유기들은 기기 전원을 다시 켤 때 알아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애가 해결되지 않고 2시간 이상 이어진다면 향후 약관에 따라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 고객센터(SK브로드밴드 106번·KT 100번·LG유플러스 101번)에 손해배상을 신청하면 배상 적용 여부 확인 후 배상을 지급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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