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국회의원 윤리심사와 징계의 허구성
공직자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이 다를까. 서구에서 공직자는 '시빌 서번트'(civil servant)나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로 불린다. 즉 시민과 사회를 섬기는 사람이다. 국민의 공복인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봉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공직자(公職者) 혹은 공무원(公務員)이라고 하는데, 공적인 일자리 또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직자에게 훨씬 더 높은 윤리와 도덕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는 업무의 성격 자체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어 낭비와 부패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재산등록, 등록재산 공개 및 재산형성과정 소명과 공직을 이용한 재산취득의 규제, 공직자의 선물신고 및 주식백지신탁,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필두로 각종 시행규칙과 공공기관별 규정을 통해 조직의 특성에 따른 윤리의무와 위반시 징계와 처벌을 위한 규정이 있다. 별도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도 제정해 위반 시 징계와 부당이익의 환수 등에 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국가 및 지방공무원법도 곳곳에 공직자의 윤리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국회법 역시 제25조(품위유지 의무), 29조(겸직 금지), 29조의 2(영리업무 종사 금지) 및 4장의 2(의원의 이해충돌의 방지) 등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은 다른 법률과는 달리 의원의 각종 윤리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와 처벌 규정이 크게 부족하다. 윤리의무를 위반한 의원의 처벌을 위해서는 윤리특별위원회가 위원 심의·의결하고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윤리특위는 여야 동수로 추천된 8명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행 의원윤리 심의 및 징계 절차는 구조적 한계가 명백하다. 품위 유지나 겸직 금지, 이해충돌 방지 등 모든 윤리의무는 윤리특위에서 검토함으로써 심사절차가 시작되는데 윤리특위 자체가 구성되지 않으면 어떤 심사와 징계도 할 수 없다.
윤리특위가 구성되어 절차가 시작돼도 문제는 남는다. 윤리특위는 심사에 앞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는데, 윤리심사자문위의 구성과 논의 과정에도 한계가 있다. 여야 동수로 각 4명씩 위원을 추천하는데, 추천된 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정당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급급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최대 60일 이내 자문의견을 의결해 윤리특위로 보내는데, 윤리특위의 의결에는 어떤 기간이나 시효 제한이 없다. 그래서 윤리특위는 안건을 깔고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회기 만료로 폐기되기 일쑤다.
여야가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경쟁적으로 제소해 놓고도 의결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윤리특위가 설치되어 의원 윤리심사가 개시된 이후 지금까지 본회의를 통해 징계가 의결된 안건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국회 윤리심사·징계방식은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입장 및 이해관계와 독립적인 윤리심사기구를 별도로 신설하고 미국이나 영국처럼 방대한 윤리 코드북을 만들어 국회의원의 윤리의무를 광범위하게 통제해야 한다. 의무 위반 시 즉시 징계절차가 진행되어야 하고, 징계의 수준과 대상·범위도 확대해 의원 스스로 윤리의무 위반 시 징계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이 윤리와 도덕성이 높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야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공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政者正也(정자정야), 子帥以正(자수이정), 孰敢不正(숙감부정)이리오." 정치란 바른 것이니 스스로 바르게 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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