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대의 위해 살인"…'일본도 살인' 가해자 父, 유족에 비수
"공익 목적이면 상줘야" 궤변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유족들 "사과 한마디도 없어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해야"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족이 가해자 백 모씨(37)에 대해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9일 오전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사건 발생 두 달이 조금 넘는 시점에 그간 가해자의 만행이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족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해자 백씨는 지난 7월 29일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40대 남성을 총길이 1m가 넘는 일본도로 10여 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5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특정중대범죄로 판단될 경우 검사의 청구를 통해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앞서 유족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신상 공개 의사를 적극 피력했지만 경찰 등은 '피해자 가족의 2차 가해 방지'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한 바 있다. 이에 유족 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신상 정보 공개를 재차 촉구한 것이다. 대리인에 따르면 현재 유족은 '참담한 심정'을 갖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유족은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안녕하세요.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 유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엄벌 탄원서 작성을 부탁했다. 해당 글에서 피해자의 아내는 "남편이 들고 나간 휴대폰 메모장에는 자폐 진단을 받은 둘째 아이의 발달을 위해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에 관한 정보가 빼곡했다"며 "주변에서 뉴스 기사를 들을 때마다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고 전했다. 이어 "언젠가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빠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꼭 강력한 최고의 엄벌이 내려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법률사무소 빈센트는 9713명이 동참한 백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도 함께 검찰에 제출했다.
엄벌 탄원서가 순식간에 1만장 가까이 모인 배경에는 백씨와 백씨 부친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있다. 가해자 백씨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특정 ID는 백씨 관련 기사에 '대의를 위한 (살인)' '범행 동기가 사익이 아닌 공익이라면 국가는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총성 없는 전쟁 영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건강한 청년' 등의 댓글을 연이어 달았다.
유족 측은 백씨의 아버지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이날 오전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대리인에 따르면 해당 이용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가해자 백씨의 행위를 옹호하는 댓글을 50여 개 달았다.
남 변호사는 "작성자가 동일한 아이디를 사용했고 댓글 내용을 살펴봤을 때 가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사회생활 등을 구체적으로 적은 내용을 발견해 가족이나 지인으로 추정했다"며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아버지 백씨는 아들이 한반도 전쟁과 중국 스파이를 막기 위해 사건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들 백씨가 경찰 조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줄곧 주장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남 변호사는 "현재까지 가해자의 가족 또는 가해자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합의 의사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한편 백씨는 지난 4일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백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 일반 형사재판으로는 심신장애 혹은 자신의 범행 동기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검찰은 백씨의 범행을 심신미약 범행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동기 범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백씨의 망상이 범행 동기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을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심신미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지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회삿돈으로 2억짜리 차 샀는데 버젓이 흰색 번호판…알고보니 7천만원에 샀다는데 - 매일경제
-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를 석유강국 만들었다”…40년전 씨앗 뿌린 이 남자 - 매일경제
- 오뚜기, 1년 연구 끝에 진라면 업그레이드...국물·면발·건더기 다 바꿨다 - 매일경제
- “자기야 뭐할거야?” “애미야 언제 오니?”…돌싱 남녀가 꼽은 추석스트레스 1위 - 매일경제
- “침대도 있는데 숙박업소 아니라고요?” 이 회사 특단조치에 밤잠 설치는 사람들 - 매일경제
- “속도는 느려 요금은 비싸, 나 호구?”...1300만명 뿔난 ‘이 요금제’ - 매일경제
- 아이폰16 내일 나온다…전작 대비 달라지는 점은 - 매일경제
- “회사 다니기 무섭다”…출근길 아파트 살해범, 알고보니 직장 동료 - 매일경제
- 평화로운 아파트 단지 걸어가던 50대男 사망…신원미상자가 둔기 내리치고 목 찌른 뒤 도주 - 매
- “우진아, 김연경 선수처럼 좋은 모습 보여주고 돌아와” 19세 특급 유망주 위대한 도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