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이어 랑거 꺾었다…양용은 “골프 전설들의 ‘천적’이라고요?”[인터뷰]
‘황제’ 우즈 이어 ‘시니어 전설’ 랑거 제압
지난 7월 짧은 버디 놓쳐 준우승한 아쉬움 ‘설욕’
“매주 4회 운동…술·커피·콜라 모두 끊었다”
”2승·3승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 각오
2009년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52)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대 최고의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미국)와 최종일 맞대결에서 우즈를 제압하고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이번에는 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 투어)에서 최고령, 최다승 기록을 지닌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를 제쳤다.
양용은은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노우드 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챔피언스 어센션 채리티 클래식(총상금 210만달러) 최종일 연장전에서 랑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만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2022년부터 뛴 양용은은 데뷔 3년 만에, 72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 31만 5000달러(약 4억 2000만원)를 받아 챔피언스투어 상금랭킹 6위(142만 3883달러, 약 19억원)로 올라섰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 양용은과 전화 통화가 닿았다. 시상식과 우승 인터뷰, 많은 축하를 받고 난 뒤 그제야 시간이 났다고 했다. PGA 투어 메이저 1승을 포함해 통산 2승, 유러피언투어 통산 2승,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투어 통산 5승 등 프로 통산 12승을 거둔 그는 2018년 JGTO 더크라운 우승 이후 무려 6년 만에 다시 대회 우승의 성취감을 맛봤다.
60cm 버디 놓치고 트라우마…불안 털어낸 첫 우승
양용은은 “그전에 어떻게 우승했는지 모르겠다. 우승에 대한 감을 잊고 살 정도로 우승한 지 오래됐다”며 “챔피언스투어에서 첫 우승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기대했던 우승을 해냈으니 숙제를 하나 제대로 끝낸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기뻐했다.
양용은은 지난 7월 칼리크 컴퍼니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자 어니 엘스(남아공)에 1타 뒤진 준우승을 기록했다. 당시 17번홀(파4)에서 60c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고 우승을 놓친 게 잔상에 깊게 남았다. 그는 “당시 실수 이후 몇 주 동안 짧은 퍼트를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아쉬움이 정말 컸고 안 좋은 기억이 깊게 남아 있었다. 그래도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거라고 받아들이고 잊으려고 노력했고, 두 달 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제 실수로 만든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렇게 챔피언스투어 첫 우승을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양용은의 우승 임팩트는 단연 최고다. 압권은 2009년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를 제압한 일이었다. 당시 우즈가 54홀 선두를 유지하다가 우승을 놓친 유일한 메이저 대회였다. 양용은은 아시아 선수로는 첫 메이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우즈는 당시의 충격이 상당했던 듯 최근에도 “양용은에게 역전패를 당한 뒤 회복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양용은이 이날 연장전에서 꺾은 랑거는 ‘살아있는 골프 전설’이다. 60대의 나이에도 시니어 무대에서 46승을 거두며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 정도면 골프 황제들의 천적 아닌가?’라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짓던 양용은은 “같은 프로 선수여도 실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저는 저보다 더 잘하거나 순위가 높은 선수를 만나면 강하게 부딪혀보려는 마음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 전설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저한테도 좋은 일이다. 기사 한 줄이라도 더 나올 수 있고, 개인적으로 소주 한잔할 때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웃어 보였다.
50대 우승비결…8년째 간헐적 단식·82kg 유지
양용은은 챔피언스투어 우승을 위해 자기관리에 철저한 노력을 기울였다. 매주 최대 4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매일 스트레칭을 빼놓지 않는다. 현재는 술, 커피, 콜라 등을 일절 끊었다고 한다. 8년째 16시간 동안 금식하는 간헐적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덕분에 PGA 투어에서 뛸 때 90kg에 육박했던 체중을 8년 동안 82kg으로 유지하고 있다. 50대의 나이에도 우승을 거머쥔 비결이다.
1972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골프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공 줍는 일을 하는 ‘볼보이’로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91년 군 복무를 마친 뒤 제주시 오라골프장 연습장에서 허드렛일하면서 어깨 너머로 골프를 배웠다.
30년 가까이 프로 골퍼로 생활한 그는 여전히 골프가 재밌다고 한다. 양용은은 “연습장 볼보이로 시작해 프로가 됐을 때는 돈을 벌고 먹고 살 수 있게 돼서 골프가 재밌었다. 지금도 대회가 없는 주에 지인들과 2~3번씩 꼭 골프를 칠 정도로 골프가 좋다. 연습할 때, 대회에 출전해 경기할 때, 톱10에 들 때 골프가 재밌다. 우승하면 더 재밌다. 하루하루가 똑같지 않고 평범하지 않아 더 스릴 있다”고 말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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