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나노' 페어링 정확하게 분리···첫 상업발사 9부능선 넘었다
"최종관문 통과" 내년 3월 발사 순항
1단 하이브리드 엔진 검증 마무리
재점화 가능한 메탄엔진도 준비
내년부터 엔진 묶어 대형화 시험
2026년까지 1300㎏급 추력 구현
‘셋, 둘, 하나··· 펑!’
찰나의 순간에 울려 퍼진 공기 폭발음이 축포를 연상케 했다. 우주발사체(로켓) 페어링 분리 시험장에서 2.6m의 검은 원뿔 모양 부품인 페어링이 폭발음과 함께 정확히 절반으로 갈라져 떨어지자 주변 작업자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페어링 분리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한빛-나노’의 개발이 90%는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며 “내년 3월 민간 첫 상업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9일 찾은 충북 청주시 이노스페이스 청주사업장의 페어링 분리 시험장에서는 우주발사체 한빛-나노의 막바지 개발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빛-나노는 내년 3월 브라질 아우칸타라우주센터에서 현지 마라냥연방대 등의 인공위성과 탑재체를 싣고 발사된다. 국내 민간기업이 미국 스페이스X처럼 상업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이노스페이스가 최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우주항공청 개청 등을 통해 추진 중인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의 막을 여는 것이다.
이날 페어링 분리 시험은 단 몇 초짜리 이벤트에 불과해 보일 수 있지만 한빛-나노 개발의 최종 관문으로 비유할 만큼 중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페어링은 발사체의 머리 부분에 탑재된 위성을 보호하는 원뿔 모양의 덮개다. 발사체가 초음속의 속도로 비행하면 머리 부분에 강한 공기저항이 가해지는데 이로부터 위성을 보호하는 게 페어링이다. 현장 작업자들이 이날 분리 시험 결과에 특히 환호한 것은 페어링이 날카로운 칼로 자른 듯 정확하고 비교적 ‘얌전하게’ 양분됐기 때문이다. 페어링 분리 시 발생하는 충격이 불균형하면 발사체의 비행경로가 바뀔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떨어져나간 페어링이 발사체와 충돌할 수도 있다.
21.8m짜리 한빛-나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단 하이브리드(혼합형) 엔진도 제작과 검증 시험이 완료돼 조립 공장 한편에 기립하고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고체와 액체 연료를 모두 쓸 수 있는 엔진이다. 취급이 쉽고 빠른 발사가 가능한 고체와 추력이 강한 액체 연료를 모두 취급해 고객사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한다는 게 이노스페이스 측의 설명이다. 내년 3월 발사에는 고체 연료를 사용할 예정으로 이날 이노스페이스는 독자적인 레시피(제조법)로 만들고 있는 고체 연료 제조 현장도 공개했다.
성인 키만 한 원통 모양의 고체 연료는 풍기는 냄새는 물론 만졌을 때 느껴지는 미끌거림과 유분기가 마치 거대한 양초 같았다. 실제 양초에 쓰이는 파라핀이 주재료다. 기존 화약으로 만든 고체 연료와 달리 양초처럼 폭발 위험이 없어 손으로 만져도 안전하다. 제조동 2층에서는 ‘믹서’라는 시설이 고체 연료를 만드느라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고체 연료 완성까지는 2주일이 필요하다.
내년 3월 발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메탄 엔진이다. 메탄을 연료로 쓰면 엔진이 불을 붙이고 끄기를 반복하는 재점화가 가능하다. 이는 추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은 물론 스페이스X처럼 엔진을 회수해 여러 번 사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이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의 기반이 된다. 한빛-나노는 2단 로켓에 메탄 엔진을 탑재하는 만큼 이 역시 상용화를 통해 독자적인 재사용 발사체 개발 가능성을 키운다. 이노스페이스는 내년 말까지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노스페이스는 한빛-나노 발사 이후 기술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26년까지 170㎏급 ‘한빛-마이크로’와 1300㎏급 ‘한빛-미니’를 개발하겠다”며 “특히 1300㎏급 추력 구현을 위해 내년부터 엔진 9기의 클러스터링을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러스터링은 대형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엔진을 묶어 마치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고난도 기술로 꼽혀 이노스페이스도 이를 위한 전용 시험장을 구축 중이다.
이노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 발사 계약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50여 곳과 발사 계약을 논의 중이며 우리 제작 기술로 1년에 12기 발사가 가능하다”며 “다들 내년 3월 발사를 지켜보고 계약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임무를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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