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충청·서울·경기에서도 1500명... 전국서 5·18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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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전남 밖에서 1500명이 넘는 국민이 전두환 신군부에 저항하다 고문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5·18기념재단은 "이 책을 통해 유신 적폐를 청산하고 5·17내란을 저지하려던 대학생, 청년, 노동자들이 당한 인권유린과 고문피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다만 강제징집, 녹화사업, 삼청교육대 등은 충분히 다루지 못해 이후 진상조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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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무차별 구타·전기·물 고문 등 고초 겪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전남 밖에서 1500명이 넘는 국민이 전두환 신군부에 저항하다 고문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5·18기념재단은 12일 5·18기념문화센터 민주홀에서 ‘광주 밖 전국의 5·18 진상’ 출판기념 발표회를 연다고 9일 밝혔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저자 7명이 공동으로 제작한 이 책은 광주·전남을 제외한 전국의 항쟁과 피해 진상을 종합 정리한 첫번째 책이다. 책은 544쪽에 걸쳐 전북, 부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서울·경기, 강원 등 6개 권역의 투쟁과 고문 등 피해 실태를 소개한다. 광주·전남 밖의 5·18 관련자 규모는 1500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중 350명의 증언을 실었다.
신군부는 1980년 5월17일 자정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전국에서 2699명을 예비검속했고 이 중 일부를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시키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 고문을 자행했다. 1980년 당시 전북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김아무개씨는 “경찰서에서 보안부대로 넘어가니 지하영창에 가둬놓고 옷을 속옷까지 다 벗긴 뒤 군용 더플백을 뒤집어씌우고 몽둥이로 때리기 시작했다”며 “욕조에 물을 채워 숨이 거의 멎을 정도까지 담갔다 뺐다를 반복하는 물고문도 당해 후각을 상실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전북지역 여성피해자 김아무개씨는 “보안부대에서 조사받으며 매질을 당했고 특히 밤에 조사관이 아닌 사병들이 몸을 더듬고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하는 등의 성추행을 많이 당해 두려웠다”고 밝혔다.
부산·경남지역에서도 고문 피해가 있었다. 조사관들은 피해자를 회전의자에 앉혀놓고 입에는 수건을 물려 혀를 못 깨물게 한 뒤 12V 전기가 발생하는 전화기 전선을 손가락에 연결해서 전기고문을 했다. 군 헌병대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는 군대식 유격훈련 동작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운동식 고문을 했다. 일부 수사관들은 여성들의 옷을 벗기고 막대기로 신체를 찔러 수치심을 주는 성적 고문을 하기도 했다.
5·18 직후 부산에서 기도회와 시국강연회 등을 통해 광주 학살을 알렸던 고 임기윤 목사는 계엄합동수사단에 끌려가 잠을 못 잔 채 모욕을 당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강원대 출신 최아무개씨는 “처음에는 몽둥이로 때리더니 얼굴에 수건을 덮고 주전자로 고춧가루 물을 코에다 부었다”며 “숨이 차서 숨을 들이켜면 고춧가루 물이 코안으로 들어갔고 나중에는 눈으로도 고춧가루 물이 흘러나올 정도였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 학생이었던 김아무개씨도 거꾸로 매달기, 고춧가루 물 붓기 등 고문을 당했고 안아무개씨는 정강이에 긴 막대를 끼워 책상 사이에 매달아 놓는 이른바 ‘통닭구이’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5·18기념재단은 “이 책을 통해 유신 적폐를 청산하고 5·17내란을 저지하려던 대학생, 청년, 노동자들이 당한 인권유린과 고문피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다만 강제징집, 녹화사업, 삼청교육대 등은 충분히 다루지 못해 이후 진상조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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