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낭만 공간의 퇴장, 사라지는 영국 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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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보다 더 영국적인 것이 뭐가 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펍은 머지않아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듯하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펍들이 문을 닫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20%가 매주 펍을 방문했지만 이제는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영국 펍을 방문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있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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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매달 80여곳 문닫아
술마시는 젊은이들 줄어들고
가상세계로 만남의장 바뀌어
미국식 커피숍 인기도 영향
펍보다 더 영국적인 것이 뭐가 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펍은 머지않아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듯하다. 최근 펍들이 놀라운 속도로 문을 닫고 있다. 2022년 이후, 영국 전역에 6만개가 넘던 펍의 4분의 1이 영업을 종료했고 올해 1사분기에는 매달 80여 개 펍이 폐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펍들이 문을 닫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 탓을 한다. 많은 펍들과 기업들이 팬데믹이 종료되고 2년이 지난 이후에도 재정적인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일부는 경제를 문제 삼는다. 인플레이션이 모든 상품의 가격을, 특히 맥주 가격을 올렸다. 영국에서 맥주 1파인트는 마실 만한 가격이었지만 이제는 30~ 45분 정도의 급여에 해당한다. 영국인들의 지갑은 얇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식료품 가격과 모기지, 임대료는 수직 상승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20%가 매주 펍을 방문했지만 이제는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다른 이들은 브렉시트를 비난한다. 한때는 많은 동유럽인이 펍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섰지만 브렉시트 후 펍의 오너들은 급작스러운 인력 부족 현상으로 고전을 겪고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유들이 펍이 문 닫는 것을 가속화하는 이유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든 싫든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사랑했던 펍은 현재와는 동떨어진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펍이 모든 커뮤니티의 중심이었다. 결혼 피로연부터 아이들 생일파티까지 모든 것이 펍에서 이루어졌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도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싶어도, 모두 펍으로 향했다.
나의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을 돌이켜 보면, 펍에 가지 않으면 그다지 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상의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데이트 앱을 통해 배우자를 만나고, 미국 스타일의 커피숍이 곳곳에 생겨나 펍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펍은 더 이상 가슴이 뛰는 장소가 아닌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2010년 초부터 영국에는 비음주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16~24세 인구 중 4분의 1이 술을 전혀 입에도 대지 않는 반면 55~64세는 14%만이 술을 마지지 않는다.
슬프게도 펍의 황금기는 이제 저문 듯하다. 나이 든 음주 인구를 대신해서 펍을 찾을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펍이 문 닫는 것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수백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많은 영국의 펍들이 힘든 시기도 버텨내고 살아남았기에 나는 펍이 켤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다소 낭만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영국 펍을 방문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있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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