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리즈' 잔치는 끝났다...기대 이상 흥행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프리즈 7만 명, 키아프 8.2만 명 방문 흥행
해외 유력 갤러리, 대작 아닌 중저가 판매고
한국 작가 인기...국내외 갤러리 경쟁 구도
내년 일본 아트페어 동시 개최... 생존 경쟁 예고
9월 첫 주를 뜨겁게 달궜던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 서울)'가 끝났다.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시작된 국제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7일 종료된 데 이어 8일 키아프 서울이 막을 내렸다. 5년 공동개최의 반환점을 돈 프리즈에는 나흘간 7만여 명, 키아프에는 5일간 8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방문객 수는 예년과 비슷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라앉은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흥행이다. 다만 아시아 미술의 글로벌 허브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가 작품이 출품되는 프리즈 서울의 실적은 첫해에 비해 떨어졌고, 팔릴 만한 수준의 중저가 작품 위주로 판매도 이뤄졌다. 해외 갤러리들이 아시아권 '가성비' 작품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작가들이 주목을 받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활로를 모색해온 국내 갤러리들이 더욱 극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성비' 전략 구사...체면치레한 프리즈 서울
올해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객들은 국제 아트페어의 위상에 걸맞은 대형 작품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기대가 어긋나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해외 유명 갤러리들은 수백억 원대 대작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던 지난 행사와 달리 팔릴 만한 중저가 작품을 선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같은 작가의 작품에서도 수십억~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대작보다는 수억 원 수준의 중저가에 속하는 작품을 선택하거나, 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 작가들의 수억 원대 작품을 골라 대거 소개했다.
주최 측이 공개한 주요 판매작은 20억~30억 원대를 넘어서지 않았다. 하우저앤워스가 호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250만 달러(약 33억5,000만 원)에 판매했고, 독일계 갤러리인 스푸르스 마거스에 걸린 조지 콘도의 '자화상'을 195만 달러(약 26억 원)에 아시아권 컬렉터에게 팔았다. 페이스 갤러리는 이우환의 회화가 120만 달러(약 16억 원)에 판매됐고,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를 첫날 100만 유로(약 14억8,000만원)에 판매했다. 한국 갤러리 중에서는 PKM 갤러리가 추상화 대가 유영국의 회화를 150만 달러(약 20억 원)에 판매했으며, 조현화랑이 이배 작품 10점을 각각 5만6,000달러(약 7,500만 원)에 판매했다.
키아프, 전시 수준 높이는 데 총력...성과 달성
올해 프리즈가 철저히 실속을 차렸다면 한국화랑협회가 주도한 키아프는 전시 수준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전체 참여 부스 수를 줄이되 심사 기준을 높여 참여 갤러리의 수준을 높이고 부스 디자인과 관람객 동선 등을 개선했다. 그 결과 프리즈 서울이 끝나고 단독 행사가 진행된 8일 하루에만 1만2,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VIP 방문객도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이렇다 할 대작이 눈에 띄지 않고 평이한 수준의 구성을 선보인 프리즈 서울에 비해 질적 성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중소형 갤러리와 신인 작가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갔다. 맥화랑, 써포먼트 갤러리 등 중소 갤러리가 주요 작가의 작품을 수억 원대에 판매하거나 완판했고, '키아프 하이라이트'에 소개된 이스위켄드룸의 최지원 작가의 작품도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중견 작가나 신인 작가의 완성도 높은 작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행사 기간 내내 이어졌다는 것이 갤러리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불황 속 미술시장, 생존 위한 '극한 경쟁' 예고
키아프리즈는 3회 차를 거치며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프리즈 서울의 해외 유수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들과 중저가 작품에 집중해 판매고를 올린 올해 분위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중견 작가를 내세워 활로를 모색하는 국내 중소 갤러리 입장에서는 체급 차이가 월등한 해외 갤러리와의 경쟁 구조가 심화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다. 아시아 미술시장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일본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가 내년 같은 시기 개최될 것으로 예고된 것도 달갑지 않은 요소다. 키아프 관계자는 "올해 3년 차가 되면서 키아프도 프리즈와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면서도 "내년부터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가 같은 시기에 열릴 것으로 예고한 만큼 생존을 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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