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뉴욕대, AI 공동학위 만든다

2025년부터 석·박사과정 도입
올해 설계 구체화 운영위 설치

이광형(오른쪽) KAIST 총장과 린다 밀스 뉴욕대 총장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공동학위제 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미국 뉴욕대(NYU)와 인공지능(AI) 분야 공동학위제 도입을 추진한다. 공동학위제는 두 학교가 공동으로 대학원 내에 새로운 학과를 만들고 학생 선발부터 교육을 책임지는 구조로, 복수학위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해외 대학과 AI 분야 공동학위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내에서 KAIST가 처음이다. 이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은 KAIST와 뉴욕대가 같이 적힌 하나의 졸업장을 받게 된다.

KAIST는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뉴욕대와 AI 분야 대학원 공동학위제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이날 협약 체결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두 학교의 만남으로 뉴욕대의 강점인 이론 중심의 AI 교육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분야로 보면 헬스케어나 바이오, 파이낸스 등에 응용할 수 있기에 최고의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수업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와 뉴욕대는 지난 2022년 6월 공동캠퍼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후 캠퍼스 공유, 공동연구, 공동학사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2023학년도 2학기부터는 학사과정 학생들의 교환학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AI와 융합한 15개 분야에서 미래 공동연구 기획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두 학교 교직원 200여 명이 연구그룹을 만들어 협력해 왔다. 올 4분기에는 AI와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10개 분야 국제 공동연구에 착수하고 2025년부터 석·박사 과정서 복수학위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총장은 이번 협약 추진 배경에 대해 "글로벌 AI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고자 하는 두 대학의 공통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ST가 공동학위제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뉴욕대는 이미 다른 국가와 공동학위제를 시행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 대학과는 처음이다.

이 총장은 양복에 달린 'KAIST 뉴욕대' 배지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뉴욕대 측에서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뉴욕대 역시 KAIST와의 공동학위제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린다 밀스 뉴욕대 총장은 "AI 기술은 기후변화, 헬스케어, 교육 격차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두 대학이 양성할 글로벌 인재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혁신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총장은 "얼마전 열린 뉴욕대 동문회에서 이 소식을 듣고 18억원이나 되는 기부금이 모였다"고 말했다. 린다 총장은 "2022년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양측 교수 200명이 12개 공동 연구그룹을 만들었다"고 했다.

두 대학은 공동학위제 설계를 구체화하기 위해 올해 중 운영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위원회에서는 두 대학 교수진을 동수로 구성해 교육과정 구조 및 교과 운영 방식, 교수진·학생 규모와 예산 산출, 법률적 사항 등 총괄적인 기획을 논의한다.

이 총장은 "공학이든 인문학이든 학부 때 무엇을 전공했는지와 상관 없이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며 "뉴욕대와 장기적 협력을 통해 AI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고급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출발하고 본다"며 "대통령께서도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어떻게든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