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쉰다는 생각에 위안받죠"(종합)
장기기증 유가족 아픔 덜 수 있도록 '멘토'로 활동
기증에 대한 국가예우 강조…"유가족 상담 지원하고, 추모공원 설립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생명이 다하는 순간에 생명을 나눠주는 일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기증으로 누군가는 생명을 얻게 됐으며 딸은 어딘가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거든요."
9일 장기기증 인식 개선 활동 등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박정순(55)씨는 연합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엘타워에서 제7회 생명나눔 주간 기념식을 개최해 박 씨를 포함해 장기 등 기증 활성화 및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유공자 38명과 기관 2곳에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박씨는 2014년 당시 스물셋이었던 딸 유아라 씨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냈다.
딸이 뇌사 상태에 빠지자 그는 '아라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리며 며칠간 수없이 고민하다 장기 기증 결정을 내렸다. 당시 아라씨 덕분에 환자 5명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
이후 박씨는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수혜자 등이 참여하는 '생명의소리 합창단'에서 활동하면서 유가족 멘토 활동과 생명나눔 홍보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10년 넘게 같은 장기기증 유가족들의 멘토로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딸을 보내고 나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죄책감"이라며 "자식을 보내고서도 먹고 자는 내가 너무 싫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기증을 결정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너무 힘든데, 그 마음을 제가 잘 알고,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그 공감이 가장 중요해요. 그다음에는 기증으로써 내 가족이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위안에 대해서 (유가족과) 이야기하죠."
기증자의 죽음과 기증 결정 이후 남은 가족들끼리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박씨는 이런 경우에는 본인도 도움을 받았던 가족상담을 조언, 연결해 주거나 수혜자들과 소통해볼 것을 권한다.
"힘든 와중에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저만큼 힘들어하는 작은딸을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때 받았던 상담이 도움이 됐죠."
"합창단에서 수혜자를 만날 때도 위로가 됩니다. 폐 이식을 받은 음악가 수혜자가 있었는데, 미안함과 감사함을 가지고 배우자와 합창단에 참여해 생명나눔 홍보와 공연을 하고 계셔요. 그럴 때 감동과 위안을 받고, 그분들이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하죠."
박씨는 "기증이 끝이 아니다"며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증자 예우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가족들은 많이 힘든 상황이어서 유가족 상담 같은 것을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또 추모공원 같은 게 설립돼 유가족들이 기증자를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유가족 멘토·생명나눔 홍보 활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장기기증이라는 생명나눔의 씨앗이 널리 퍼져 나갔으면 한다"고 표창을 받은 소감을 밝혔다.
복지부는 장기·인체조직 기증자의 이웃사랑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하고자 매년 9월 두 번째 월요일부터 일주일을 생명나눔 주간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올해 기관 부문 수상기관인 충청남도 아산시보건소는 보건지소를 거점으로 열린 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장기기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기증자 예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다.
올해 생명나눔 주간에 복지부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인스타그램에서 한명이 아홉명을 살린다는 의미의 '나인하트 챌린지'를 진행하고, 오는 14일에는 K리그와 함께 생명나눔 오프라인 캠페인을 추진한다.
이밖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전국 지자체, 공공기관, 의료기관 156개 기관과 함께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알리는 캠페인도 실시한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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