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이재명대표가 금투세 혼란 결자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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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안이 심상치 않다.
금투세 대상자들의 투자액이 150조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조 원 자금이 한국 증시를 이탈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역시 1998년과 2013년 금투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증시가 폭락하고 거래대금이 급감하자 결국 2016년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시장 불안이 장기화되고 개미들의 피해가 커지기 전에 금투세를 폐지하든지, 대안을 만들 때까지 유예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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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실망, 증시부진 거듭
"민주당 탈당" 캠페인도
큰손 아닌 개미들의 아우성
이재명 대표가 응답해야
증시 불안이 심상치 않다. 최근 미국 시장을 따라 요동치는 일이 반복되더니 9일에는 코스피가 장중 한때 25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 미국의 경기 침체 전망과 11월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현재 개인투자자들을 가장 떨게 만드는 변수는 금융투자소득세다.
금투세는 내년 1월 시행하기로 예고된 것이지만, 야당의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최근에 혼란이 증폭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금투세 보완 필요성을 언급하며 면세 구간을 '5년간 5억원'으로 상향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 후 공동 발표문에는 금투세를 폐지 또는 유예한다는 내용이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이때부터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외국인이 조금만 팔아도 지수가 곤두박질치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5% 가까이 떨어졌다.
개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민주당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가 되는 지경이다. 금투세 폐지를 위해 민주당 탈당 캠페인을 촉구하거나 금투세를 '재명세'로 명명하는 경우도 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사모펀드에 대한 세율이 낮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발생했던 사모펀드 스캔들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민주당이 금투세 시행을 밀어붙이는 논리는 주식으로 많이 번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하고, 세수를 늘려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치적 선동에 가깝다. 번 돈의 22%를 세금으로 내게 된 고액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그대로 남아 있을까? 미국 증시에 투자해도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데 이왕이면 배당도 많이 주고 주가 상승률도 높은 미국 증시로 갈아타려 할 것이다. 고액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증시는 붕괴되고, 그 피해는 소액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과세 대상도 아닌 개미들이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세수 증대 효과도 불확실하다. 거래대금이 줄어 증권거래세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폭락하면 과세할 이익도 사라진다. 금투세 대상자들의 투자액이 150조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조 원 자금이 한국 증시를 이탈할 것으로 추산된다. 1조원 좀 넘는 세금을 거두겠다고 증시 기반을 무너뜨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다. 대만 역시 1998년과 2013년 금투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증시가 폭락하고 거래대금이 급감하자 결국 2016년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최악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미국 대선과 경기 침체 리스크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굳이 위험천만한 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 있던 세금도 감면해줘야 할 판에 없던 세금을 매기겠다면 시장이 버텨낼 수 없다. 그런데도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를 폐지하면 주가가 뛰어오르나. 기득권자들의 궤변에 속지 말자"고 주장한다. 이야말로 궤변이다. 주가를 올리려고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시장 붕괴를 막아달라는 절박한 아우성이다.
금투세 시행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표밖에 없다. 시장 불안이 장기화되고 개미들의 피해가 커지기 전에 금투세를 폐지하든지, 대안을 만들 때까지 유예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마침 민주당 내에서도 유예를 주장하는 소신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먹사니즘'은 이럴 때 필요한 이데올로기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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