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제주 2공항 갈등 봉합하려면

고경호 기자(ko.kyeongho@mk.co.kr) 2024. 9.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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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게(제사)도 안 오고 맹질(명절) 먹으래도 안 왐쪄(안 온다)" "땅 때문에 아방들(아버지 형제들) 싸왐서(싸운다)" "옛날에는 사이 막 좋아나신디 식구가 남 되부런(돼버렸다)".

견고하던 제주의 공동체 문화는 2015년 11월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술렁이고 있다.

이런 쟁점과 의문을 해소해야만 제2공항이 건설돼도 혹은 그 반대여도 제주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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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게(제사)도 안 오고 맹질(명절) 먹으래도 안 왐쪄(안 온다)" "땅 때문에 아방들(아버지 형제들) 싸왐서(싸운다)" "옛날에는 사이 막 좋아나신디 식구가 남 되부런(돼버렸다)". 몇 해 전 만난 성산 친구들의 술자리 푸념이다. 성산읍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다.

제주 공동체 문화는 특유하다. 섬이라는 지질학적 특성도 있지만 거친 바다와 땅을 개척해 먹고살기 위해서는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과의 품앗이가 중요했다. '한 다리 걸치면 다 안다'는 말은 지역사회가 좁아서라기보다 그만큼 이웃, 즉 타인과의 상생을 중요시해온 제주인의 공동체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견고하던 제주의 공동체 문화는 2015년 11월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술렁이고 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보도되는 많은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찬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도민사회가 찬반으로 양분돼 대립한 지 벌써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제2공항 기본계획이 고시된 지금까지도 양측 갈등은 맹렬하다. 현재 민선 8기 제주도정은 '제주도의 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정부 사업이어서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가 개입하기 어려웠지만 기본계획 고시 후 핵심 행정 절차인 환경영향평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가 심의 권한을 갖고 제주도의회에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러 쟁점에 대해 방향키를 잡고 주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제주도 입장이다.

제주도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쟁점은 항공 수요 예측 적정성,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 보전, 숨골의 보전가치 등이다. 이미 기본계획이 고시되기 전에 해소됐어야 할 쟁점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다.

이런 쟁점과 의문을 해소해야만 제2공항이 건설돼도 혹은 그 반대여도 제주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릴 수 있다. 그러려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절차의 투명성과 정보 공개가 필수다. 자치권의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갈등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제주도민이 한 집에 모여 먹는 제사 밥상과 명절 밥상도 지켜지지 않겠나.

[고경호 사회부 ko.kyeongh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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