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천개 사업담은 내년 예산안, 이젠 국회의 시간

2024. 9. 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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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전면점화(全面點畵·화폭을 점으로 채우는 작품 기법)가 이달 말 홍콩 경매에 나오기 때문이다.

5년 전 그의 또 다른 전면점화 '우주'는 무려 153억원에 낙찰됐다.

그의 전면점화는 화폭 전체에 수많은 점을 찍어 추상을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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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전면점화(全面點畵·화폭을 점으로 채우는 작품 기법)가 이달 말 홍콩 경매에 나오기 때문이다. 5년 전 그의 또 다른 전면점화 '우주'는 무려 153억원에 낙찰됐다. 이번에 다시 한번 신고가를 기록하고 한국 미술사를 새로 쓸지 이목이 쏠린다. 그의 전면점화는 화폭 전체에 수많은 점을 찍어 추상을 뽑아낸다. 말 그대로 독보적이다. 얼마나 많은 점이 모여야 선(線)을 넘어 면(面)이 되고, 다시 광활한 천체가 되고 동양적 수묵화가 될 수 있을까.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내년 예산안도 그렇다. '우주'에 허투루 찍은 점이 없듯이, 허투루 만든 사업이 없다. 현장에서 만난 국민의 수많은 바람과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집약해 담았다. 거기에 '민생활력과 미래도약'이란 이름을 달았다. 예산이 새로운 입력값이 되어 국민의 일상을 재생산하고, 미래로 가는 내비게이션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025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677조4000억원이다. 녹록지 않은 재정 여건과 78조원에 달하는 재정수지 적자를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준이라 볼 수 없다. 이를 약자 복지, 경제 활력, 미래 대비, 안전한 사회·글로벌 중추외교 등 4대 중점 투자 분야에 담는다.

우선 어려운 분들을 위해 생계급여를 3년 연속 대폭 인상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보다 연 141만원을 더 받게 된다. 누적된 고금리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대환대출 등 금융 지원 3종 세트와 배달·택배비 30만원도 지원한다.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발행액을 역대 최대인 5조5000억원까지 확대한다.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해 노인 일자리 역시 역대 최대인 110만개까지 늘리고, 기초연금도 34만4000원까지 인상했다. 국방 의무 이행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위해 국정과제에서 약속했던 병장 봉급도 최대 205만원까지 올린다.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는 역대 최대인 29조7000억원까지 확대된다. 그간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생긴 거품은 걷어내고 혁신도전형과 국가가 꼭 해야 하는 연구, 연구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미래를 뒤바꿀 3대 게임체인저인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핵심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과학기술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연구생활장려금을 지원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진료를 받도록 의료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재정 10조원을 포함해 2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의료인력 양성에 집중하며 지역의료 확충에도 만전을 기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작년보다 3조6000억원이 증가한 19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늘려 연 최대 510만원을 더 지원하고, 직장어린이집 긴급돌봄서비스 신설, 신생아특례 대출 소득 요건 완화 등의 정책을 통해 출산율 반등을 꾀한다.

화가의 사인으로 예술이 완성되듯이, 예산안은 국회를 거쳐야 생명을 부여받고 정식 예산이 된다. 정부의 편성, 국회의 심의·통과, 정부의 배정, 일선 기관의 집행 등이 마치 이어달리기 경기처럼 착착 배턴터치가 돼야 한다. 지금은 국회가 달려줘야 하는 시간이다. 내년 예산안이 제때 그리고 제대로 심의·통과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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