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역대급 폭염'에 전기료 부담 급증 우려, 취약층 살펴야

연합뉴스 2024. 9. 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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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체 가구의 평균 전기요금이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3% 오른 약 6만3천610원으로 추산됐다.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전체 2천522만 가구의 76%인 1천922만 가구로, 이들 가구의 평균 증가액은 약 1만7천원이다.

정부가 7∼8월 하계 특별요금 구간을 적용하고 취약계층 전기료 등으로 약 7천억원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전기요금 누진제의 계층별 차별화 등 다양한 대안을 강구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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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 속 전기 사용 증가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역대급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8월 주택 전기요금이 평근 13% 오른 가운데 9일 서울 시내 한 빌라에서 관계자가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4.9.9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체 가구의 평균 전기요금이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3% 오른 약 6만3천610원으로 추산됐다. 1년 전보다 약 7천500원 늘어난 액수다. 전국 각지에서 최장 열대야 기록을 쓴 역대급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늘어 평균 전기 사용량이 전년 동월 대비 9% 증가한 때문이라고 한다.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전체 2천522만 가구의 76%인 1천922만 가구로, 이들 가구의 평균 증가액은 약 1만7천원이다. 특히 113만 가구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원 이상 증가한 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사용량에 비해 요금이 더 오른 것은 주택용에 매기는 누진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이 준 가구도 23%를 차지했다면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전기 절약으로 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제한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전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지만 아직 국내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8월 한국의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의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이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3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 입장에서 전기요금 몇만 원 증가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여름을 어렵게 넘긴 취약계층은 더욱 그렇다.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요금 인상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부가 지난달 27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 방침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생겨난 것이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을 더 미루기 어려울 정도로 한전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부채가 203조원에 달한다. 연간 4조원이 넘는 이자가 발생하면서 흑자를 내도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있고, 올해 상반기 이자 비용으로만 2조2천억원이 나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와중에도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전기를 헐값에 공급한 탓이 크다.

여름철 전기료가 급증했지만 대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요금 현실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이 틀림없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다만, 서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만큼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 약자에 대한 '핀셋 지원' 노력은 배가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7∼8월 하계 특별요금 구간을 적용하고 취약계층 전기료 등으로 약 7천억원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전기요금 누진제의 계층별 차별화 등 다양한 대안을 강구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전체 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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