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가 녹는다"…반도체 3배-엔비디아 2배 ETF, 7일만에 30%대 손실 [서학픽]
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한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과감하게 반도체주 3배,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계속 순매수하며 손실을 키웠다.
서학개미들이 장기 낙관론의 관점에서 최근 낙폭이 심한 기술주를 매수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바닥이 가늠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2~3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것은 자칫 증권계좌를 녹아내리게 만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학개미들은 반면 9일에 아이폰 16 출시 행사를 앞두고 있는 애플에 대해서는 1억달러가 넘는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8월29일부터 9월4일까지(결제일 기준 9/2~6) 미국 증시에서 665만달러 소폭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도체주 3배,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에 대한 순매수와 애플에 대한 순매도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나머지 종목들은 순매수,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순매수 규모가 600만달러 남짓으로 미미했다.
지난 8월29일~9월4일 사이에 S&P500지수는 1.3% 나스닥지수는 2.7% 하락했다. 이후 9월5~6일 이틀 동안에는 S&P500지수가 2.0%, 나스닥지수가 2.3% 더 떨어졌다.
미국 증시가 기술주 위주로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9449만달러 집중 순매수했다.
직전주에 SOXL을 9348만달러 순매수한데 이어 2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간 것이다. 반도체주가 하락세를 지속하자 반등이 머지않았다고 판단하고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SOXL은 지난 8월29일부터 9월6일까지 7거래일 동안 32.6% 폭락했다. SOXL을 지난 8월28일 종가에 매수했다면 7거래일만에 투자금의 3분의 1이 날아간 셈이다.
SOXL을 지난 8월21일 종가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9월6일까지 12거래일 동안 62.2%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금의 반도 남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도 3135만달러 순매수하며 2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다만 순매수 규모는 직전주 5927만달러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서학개미들은 NVDL은 대거 순매수하면서 엔비디아는 476만달러 순매도했다. 직전주에도 엔비디아에 대해선 428만달러 매도 우위였다.
엔비디아의 주가 변동성이 지난 7월 중순 이후 커지자 박스권 하단에서 매수해 상단에서 매도하는 단타 매매가 늘면서 단기간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2배 레버리지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8월28일부터 9월6일 사이에 19.8% 급락했고 같은 기간 NVDL은 32.7% 손실을 냈다. 다만 NVDL을 지난 8월21일 종가에 매수했다 해도 9월6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손실은 37.7%로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8월29일~9월4일 사이에 3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그대로 따르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였다. 기술주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의 관점으로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QQQ는 1875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도 1679만달러 순매수했다.
일드맥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MSTY)와 일드맥스 코인베이스 옵션 인컴 스트래티지 ETF(CONY)도 각각 935만달러와 856만달러 순매수했다.
MSTY는 비트코인 자산이 많아 비트코인 수혜주로 꼽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콜옵션을 매도해 이 매도대금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ETF다. MSTY는 월 배당금이 있고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가 상승할 때 함께 오르지만 주가 상승률이 일정 수준 이내로 제한된다.
CONY는 코인베이스의 주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코인베이스 콜옵션은 매도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ETF다.
서학개미들은 초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만기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를 1622만달러,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TLT)를 937만달러 순매수했다. SGOV는 3주째, TLT는 2주째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에 포함됐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8월21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이후 6.8%가량 하락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도 875만달러 순매수했다. 팔란티어는 조정장에서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가 하면 하락폭도 크지 않아 주가가 잘 버티고 있다.
반면 서학개미들은 애플을 가장 많은 1억3749만달러 순매도했다. 직전주 7405만달러보다 순매도 규모가 커진 것이다.
애플은 9일 신제품 발표 행사를 앞두고 있다. 행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매년 이맘 때쯤 신형 아이폰을 공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폰 15에 이은 아이폰 16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아이폰 16이 획기적인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8월 초 저점을 찍은 이후 V자형 반등세를 보이다 최근 증시 전반적인 하락세에 따라 조정을 받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마이크로소프트도 2585만달러 순매도했다. AI 클라우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서 앞서가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8월 초 주가 급락 후 반등하긴 했으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주가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편이다.
AI 서버로 올 3월까지 주가가 폭등했다가 이후 폭락한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도 1792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외에 나머지 종목들은 순매도 규모가 1000만달러 미만으로 크지 않았다.
다만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하면서 엔비디아 주가 하락시 2배 수익을 얻는 그래닛셰어즈 2배 숏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와 티렉스 2배 인버스 엔비디아 데일리 타겟 ETF(NVDQ)가 각각 579만달러와 529만달러 순매도된 것이 눈에 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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