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패스' 10일 시행... 승패는 운수종사들의 서비스 수준
버스 노선과 차량 늘어나고 '어울링' 확대
승용차 흡수 위해선 서비스 수준 높여야
세종시의 신개념 교통 플랫폼 ‘이응패스’가 10일 본격 시행된다. 매달 2만 원을 내면 기존 시내버스와 간선급행버스(BRT), 도심형 수요응답형(DRT) 커뮤니티 버스(이응버스) 및 읍면지역 DRT 버스(두루타), 공용자전거(어울링)까지 5만 원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세종시가 시민들의 이동 요구와 욕구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각오로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으로, 이를 통해 세종시가 ‘대중교통 중심 도시’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종시의 버스 수송분담률은 7.0%(2020년 국가교통통계)로, 전국 꼴찌다.
세종시는 9일 이날 오전 9시 기준 이응패스 카드 신청자가 5만62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 달 전 접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한 달치 목표로 잡았던 4만 명(인구의 10% 수준)보다 25%가량 높은 수치다.
남궁호 세종시 건설교통국장은 “초반의 이응패스 카드 신청자들은 세종시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일반 시민들의 가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응패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70세 이상 및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타 시도에서도 전액 무료로 제공된다.
이에 따라 이응패스 성공의 관건은 승용차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을 얼마나 대중교통이 흡수하느냐에 있다. 김용수 세종시 대중교통과장은 “매력적인 대중교통 시스템 구축을 통해 ‘대중교통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민호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이 예산 문제로 수정돼 추진되는 사업이 이응패스인 만큼 세종시는 대중교통 시스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시도했다. 꼬불꼬불하던 59개의 버스 노선 정리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노선 수를 63개로 확대했다. 연말까지 노선은 5개 더 늘어난다. 사실상 독과점 체제이던 운수업계에도 민간업체를 하나 추가해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이응버스(옛 셔틀) 운행 지역은 1ㆍ2생활권에서 3ㆍ4ㆍ6생활권을 추가했고, 어울링 자전거 수도 올 초 3,400대에서 이날 현재 3,440대로 늘렸다.
세종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운행 버스도 298대에서 이날 현재 372대로 늘었고, 이응버스 운행지역에 세종시 최대 장례식장인 은하수공원을 추가하기 위해 택시업계와 협의 중”이라며 “시내 및 BRT 버스의 공백을 최첨단 DRT 교통수단이 메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내버스 이용은 불편하고 택시는 운행을 기피하는 읍면지역에 부르면 오는 방식의 DRT 버스(두루타)를 투입한 세종시는 최근 이용객이 50%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응패스 시행을 앞두고 최근 몇 달 동안 세종시 대중교통에 일어난 변화는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2030년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도시 특성상 제대로 된, 편리한 대중교통 정책을 펴기 어려웠다”며 “이응패스는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은 세종시가 한 단계 더 성숙한 도시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교통 종사자들의 서비스 수준 제고를 위한 특단의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응패스가 실패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자신의 승용차처럼 버스를 난폭하게 몰거나, 안전거리 미확보 주행, 노란 신호등에 가속을 해 교차로를 통과하는 등의 곡예 운전과 운전기사들의 불친절 문제는 커뮤니티 게시판의 단골 메뉴다. 승용차 이용이 힘든 교통약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일 뿐, 일반 시민들을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궁 국장은 “일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심심찮게 낮은 서비스 수준의 대중교통 문제를 듣고 있다”며 “노선별, 운수회사별로 서비스 평가를 실시해 세종 대중교통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버스의 수송분담률도 10% 이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출범 13년이 된 세종시는 그간 대중교통 서비스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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