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좋았던 한덕수 지금 나빠…대통령에 나 참모로 쓰라고 하라"

윤선영 2024. 9.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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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그때는 좋은 한덕수였는데 지금은 나쁜 한덕수다. 제발 옛날의 한덕수로 돌아와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실시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같이 말했다.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선 박 의원은 이날 한 총리와의 과거 인연을 언급하며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한 총리와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극복했고 경제수석 때 스크린쿼터를 소신 있게 반대했다"며 "왜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말을 못하냐"고 따졌다. 이에 한 총리는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라면 하겠다"면서도 "가짜뉴스와 선동을 전제로 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그 순하던 한 총리가 요즘 대통령이 싸우라고 하니까 의원들의 질문에 저돌적으로 반항을 하고 있다"며 "한 총리가 변했기 때문에 내각과 국회가 충돌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때는 좋은 한덕수였는데 지금은 나쁜 한덕수"라고 비판했고 한 총리는 "제가 왜 변해야 하나. 저 안 변했다"고 응수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고 한 총리는 경제수석을 맡아 함께 일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날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와 제1야당의 중진 의원으로 마주 서서 입씨름을 벌였다.

박 의원은 한 총리에게 "대통령이 달나라 대통령이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같은 나라의 국민"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최근 국정브리핑에서 경제 상황을 낙관한 것을 겨냥해 "2년 반 동안 국민과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서 산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달나라 국민도 아니고 윤 대통령도 달나라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면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민생은 어렵다고 했다"며 "정신은 항상 차리겠다"고 했고 이로 인해 여야 의원들의 웃음이 터졌다.

박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대란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들이 죽어간다. 대통령 눈치를 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누가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냐. 의사인가 정부인가 대통령인가"라고 추궁했다. 한 총리는 "의료계 응급실 뺑뺑이는 10년 전부터 엄청나게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는 못 간다. 2000년도에도 의료 파업이 6차례나 있었지만 응급실, 중증환자실 이런 곳은 의사들이 다 지켰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하고 누구 책임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가 누구인가"라고도 질의했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에, 민주공화국에 권력 서열 1위라는 게 있겠냐"며 "모두 다 국민을 위해 (일 한다)"라고 대답했다. 이를 들은 박 의원은 "그런데 왜 김건희 여사 앞에만 서면 여당도, 검찰도, 경찰도, 국민권익위원회도, 방송통신위원회도 전부 작아지냐"며 "대통령이 여사만 싸고 돌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의원의 발언에 여당에서는 항의가, 야당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박 의원은 이날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을 조목조목 짚었다. 박 의원은 "(한 총리) 사모님이 디올백 300만원 짜리 받으면 받겠나. 제가 아는 사모님은 안 받는다"고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가정을 전제로 답변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했다.

박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졸로 보고 있기 때문에 총리부터 이렇게 바뀐 것이다. 개원식 날에 미국 국회의원들과 김 여사 생일파티가 말이 되냐. 이런 사진을 공개해 국민 염장을 지르냐"고 질타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아주 잠을 안 자면서 생각하겠다. 왜냐하면 저는 누구보다도 박 의원을 존경하기 때문"이라면서 "제가 보기에는 이제까지 비서실장, 공보수석, 홍보수석으로서 모든 정권에 걸쳐서 최고였던 박 의원님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박 의원은 "윤 대통령한테 건의해서 나를 데려다 (참모로) 쓰라고 하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한 총리는 "그렇게 건의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 총리가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티격태격했다. 한 총리는 "이렇게 뵈니 너무 좋다"고 인사를 건넸고 박 의원은 "그럼 삼청동으로 초청이나 한 번 해보라"고 받았다. 한 총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가리켜 "사실 국정원장실에 한 번쯤 부를 줄 알았다"고 되받았고 박 의원은 "저렇게 졸랑졸랑 덤비니 대통령이 하는 짓을 총리가 배우고 의원들, 장관들이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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