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당당하고파”…27년 전 절에서 3만원 훔친 소년, ‘200만원’으로 갚았다

통도사 자장암 불전함 안에서 손편지와 현금 200만원 발견
편지 통해 “시주함 털던 나를 다독여준 스님…이후 남의 것 탐한 적 없어”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9일 통도사 등에 따르면, 최근 통도사 자장암 측은 시주함 안에서 한 통의 손편지와 5만원짜리 지폐로 된 현금 200만원을 발견했다. 사진은 당시 돈과 함께 발견된 손편지 전문 ⓒ통도사 제공

IMF 구제 금융기였던 27년전 경남 양산 통도사 한 암자의 불전함에서 돈을 훔친 소년이 "곧 태어날 아기에게 당당하고 싶다"며 200만원과 함께 사죄의 편지를 남겨 화제다.

9일 통도사 등에 따르면, 통도사 자장암 측은 최근 불전함 안에서 한 통의 손편지와 5만원짜리 지폐로 된 현금 200만원을 발견했다.

편지 작성자 A씨는 "어린 시절에 생각이 없었다"면서 "27년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서 통에서 돈을 빼갔다. 약 3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A씨는 "며칠 뒤 또 돈을 훔치러 갔는데, (이를 목격한)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다"면서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잘 살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A씨는 "그동안 못 와서 죄송하다"면서 "곧 아기가 태어날 것 같은데, 아기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다. 스님께 그날 너무 감사했고,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A씨의 편지 속 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고 현재는 자장암에서 기거하는 현문 스님이다. 현문 스님 또한 A씨가 남긴 손편지와 돈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는 게 통도사 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장암 측에 따르면, 현문 스님은 이번 일에 대해 "그때 그 소년이 불전함에 손을 댄 것을 보고 어깨를 다독였는데, 그 인연으로 자신의 삶의 이정표가 바뀌고 성찰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면서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그분(A씨)도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로 살아가길 기원한다"고 축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