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기차 배터리 공개 의무화 환영… 실효성은 글쎄"
팩 단위 인증 한계 지적도
정부가 인천에서 발생한 중국산 배터리 화재사고의 후속조치의 하나로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 절차를 개시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배터리 '포비아(공포증)'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 배터리기업 간 정보 교류 없이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과 '자동차등록규칙' 개정안을 10일부터 10월 2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지난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전기자동차 화재 안전관리대책'의 일환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동차 제작사와 수입사가 전기차를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배터리와 배터리 셀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이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만큼 배터리 용량과 정격전압, 최고출력, 배터리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 등 배터리 정보를 소비자에게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제작사와 수입사들은 자동차등록증에도 이들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김은정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해당 규정은 공포 즉시 시행될 것"이라며 "시기는 법령 개정 절차가 모두 완료되는 11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일단 정부의 발 빠른 기준 마련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전기차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해 지나친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잠재우기 위해 나선 건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업계에서도 고객의 불안감 해소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모빌리티학회 초대 학회장을 지낸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역사가 훨씬 짧기에 보급되다 보면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정부와 제조사가 적극 나서서 선도적인 조치를 취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발표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완성차 업체에게만 책임을 지나치게 전가하는 점, 그리고 수입차에게는 그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관리법 상 완성차 업체를 들여다볼 순 있어도 배터리 제조사는 국토부에서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은 배터리에서 발생함으로 셀 단위 인증을 통해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사전 인증 제도를 시행해도 국가에서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전기차인 테슬라의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사각지대가 있기에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터리업계 역시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대책에 셀 단위 인증이 제외된 점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는 '셀-모듈-팩'단위로 이뤄졌는데 가장 상위인 팩 단위의 인증으로는 전기차 화재를 '절대' 막을 순 없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해 완성차업체와 배터리기업이 주도권 싸움을 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완성차기업과 배터리기업간 정보 교류도 필요한 데다 심지어 모듈 단위라도 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팩 단위 인증으로는 전기차 화재를 막을 수 없다"며 "셀 단위 인증으로 관리하는 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비용 이 많이 드는 문제를 고려할 때 적어도 모듈 단위 인증이라도 이번에 포함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박한나·임주희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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