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이파’ 두목 조양은, 사기범 도피교사 혐의 ‘집유’ 선고

인천지방법원./뉴시스

과거 폭력 조직 ‘양은이파’의 두목으로 활동하던 조양은(74)씨가 지명 수배 중인 사기범의 도피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홍 판사는 조씨의 지시를 받고 사기범의 도피를 도운 선교회 신도 A(66)씨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조씨는 지난 2022년 9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던 고철업체 대표 B씨의 도피를 도와주라고 A씨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철도공사 등으로부터 입찰을 받은 낡은 철도 레일의 무게를 속여 차액 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B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하기로 마음 먹고 조씨와 이를 상의했다.

조씨는 B씨가 구속되면 자신이 선교사로 활동하는 선교회의 다른 신도들이 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그의 도피를 도왔다. “기소 중지가 될 때까지만 B씨를 보호해 달라”는 조씨의 부탁을 받은 A씨는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B씨에게 주고, 숙소도 제공하며 3개월 가까이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게 했다.

홍 판사는 “조씨는 (공소사실 중) 일부는 지시했지만, 나머지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며 “범행 일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나머지가 인정되는 이상 범인도피 교사죄는 성립한다”고 했다. 이어 “B씨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점, A씨는 20년간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조씨는 1970년대 폭력 조직 ‘양은이파’를 이끈 조직폭력배로, 1980년 범죄단체 결성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995년 만기 출소해 선교사로 활동하는 그는 해외 원정도박과 대출사기 등 혐의로 여러 차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