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선수 ‘붉은악마’의 응원과 야유

김창금 기자 2024. 9. 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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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대표적인 응원단은 '붉은악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예선 때부터 본격 활동했다고 밝힌 붉은악마의 누리집 소개를 보면, "축구대표팀의 12번째 선수로 () 선수들과 호흡하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는 "관중이 대표팀을 야유하면 화가 난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선수들은 압박감을 느끼고 골 기회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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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손흥민이 5일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 뒤 관중석을 향해 감사를 표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한국 축구대표팀의 대표적인 응원단은 ‘붉은악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예선 때부터 본격 활동했다고 밝힌 붉은악마의 누리집 소개를 보면, “축구대표팀의 12번째 선수로 (…) 선수들과 호흡하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들의 응원 구호나 응원 노래가 그동안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큰힘이 되고, 팬들의 관전 분위기를 북돋웠음은 물론이다.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경기의 풍경은 달랐다. 새로 부임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카메라에 잡히자 붉은악마는 “우~” 하면서 야유를 했다. 한국을 방문한 독일 이민자 3세들의 관전을 도왔던 분데스리가 전문가 마쿠스 한은 “(표가 남아) 모처럼 마음 편하게 경기 보러 갔던 3세들이 많이 놀랐다”는 얘기를 전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김민재는 경기 뒤 붉은악마 응원석 앞에서 불편한 마음을 직접 팬들에게 전했다. 그는 나중에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웠다. 전혀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감독에 대한 야유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심리적으로나마 영향을 줬음을 보여준다.

스포츠 단체종목에서, 특히 프로 무대에서 야유는 일반적이다.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옛 선수나 거친 플레이, 편파 판정 등 상대를 향한 것이 많다. 반면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 감독을 향해서도 야유가 벌어진다. 야유의 영어 표현인 ‘부잉’(Booing)을 소개한 위키피디아를 보면, 토트넘 소속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뛰었던 레들리 킹의 발언이 나온다. 그는 “관중이 대표팀을 야유하면 화가 난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선수들은 압박감을 느끼고 골 기회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피파 23위)은 비교적 쉬운 상대로 평가받은 팔레스타인(96위)을 상대로 ‘2%’ 부족했다. 몸이 무거운 손흥민의 드리블은 길었고, 결정적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평소라면 그대로 들어갔을 이강인의 논스톱 왼발슛도 크로스바를 한참 벗어났다. 유럽파가 겪는 시차, 항공 여행의 피로도, 전술훈련 시간의 부족 등이 있었다고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홍명보 감독도 억울했을 법하다. 홍 감독은 울산 HD를 최강팀으로 이끌다가 대표팀 감독에 부임했다. 울산 팬들에 대한 신뢰 위반 책임은 명백하지만, 대표팀 용병술이나 경기력은 아직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붉은악마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금까지 어떠한 순간에도 지기를 바라고 응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말이 진심인 것은 축구팬들이 안다. 하지만 저자(붉은악마)의 의도와 수용자(대표팀 선수들)의 이해는 다를 수 있다. 붉은악마 관계자는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과 선수 응원은 별개다. 또 당시 붉은악마의 구호만 경기장을 채운 것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선수들이 얘기를 하는 만큼, 다음에는 그런 부분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10월15일 예정된 3차 예선 4차전 이라크와의 안방 경기에서는 관중도 즐겁고, 대표팀도 승리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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