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근무 피하는 군의관…추가 파견 군의관도 응급실 배제

반기웅 기자 2024. 9. 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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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 서울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관계자가 나오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의료기관에 군의관 235명을 추가 투입한다. 앞서 파견된 군의관이 응급실 근무가 어렵다고 복귀를 요청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지만, 일단 예정대로 대체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군의관 파견이 응급실 공백을 막는 데 실효성을 갖기 어렵고, 추석 연휴 의료공백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 9일부터 군의관 인력 235명 추가 파견

보건복지부는 9일 군의관 235명을 의료기관에 순차적으로 파견·배치한다고 밝혔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응급의료 일일브리핑에서 “의료기관 필요도와 군의관의 의사를 고려해 우선 150여 명을 파견하고, 나머지 인원은 금주 내 순차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라며 “지난주 우선 파견한 군의관 15명에 대해서는 업무 또는 기관을 변경해 재배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군의관 추가 파견을 순차적으로 조절하고 나선 배경은 인력 투입에 따른 현장 혼선이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 의료기관 5곳에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파견 군의관 중 일부는 현장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복귀를 요청하거나,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 군의관 응급실 근무 거부…15명 중 7명만 남아 배후진료

세종충남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2명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였지만, 현장 근무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복귀 조치됐다. 충북대병원에 파견된 응급의학과 전문의 군의관 2명도 응급실이 아닌 중환자실에 배치됐고, 강원대병원 파견 군의관 5명 역시 응급실 근무에서 배제됐다.

현재 지난주 조기 배치됐던 군의관 15명 중 7명은 당초 본인이 지정 병원에서 배후 진료 등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파견 군의관은 응급실 의료 공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응급실 근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타 부서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추가 파견 군의관도 응급실 진료서 배제될 듯

추가 파견되는 군의관도 응급실 진료를 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충북대병원은 이날 추가 투입된 군의관 3명도 응급실이 아닌 타 부서로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날 군의관 5명을 추가로 받기로 했지만 군부대로부터 파견 취소 통보를 받는 등 인력 투입이 무산됐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문 여는 의료기관, 추석 연휴 대비 비상진료 건강보험 지원방안, 응급의료 현황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250명 중 응급의학 전문의는 8명” 이라며 “군의관 본인의 의사, 병원의 수요를 다시 한번 주말에 확인하다 보니(파견이) 일부 지연됐고, 현장 수요 등을 감안해 의료기관에서 (군의관)근무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대위 “추석 연휴 응급실 큰 위기 맞을 것”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사회 전문의 회원 503명을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가 현재 응급실 상황이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답자 97%는 추석을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로 판단했도, 비수도권의 경우도 94%가 위기 국면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대위는 “정부에서 내놓은 군의관·공보의 파견도 지난 6개월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며 “남은 유일한 방법은 국민에 ‘제발 응급실 오지 말아달라’고 비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추석 연휴(14∼18일) 기간에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7931곳의 병의원이 문을 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올해 설 연휴 기간 운영한 당직 병의원(하루 평균 3643곳)의 2.2배 수준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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