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국세체납에 전세금 날릴 판인데 국가는 어디에 [왜냐면]

한겨레 2024. 9. 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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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전세 사기가 극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임대인의 고액 국세 체납으로 전세금 모두를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갭 투자' 등으로 인해 전세 보증금이 집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임대인의 국세 체납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국가는 탈세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세 체납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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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정보 모습. 연합뉴스

서정애 | 50대·충북 청주시

2023년 6월, 전세 사기가 극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임대인의 고액 국세 체납으로 전세금 모두를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공인중개사의 확인과 등기부등본 조회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계약 5개월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치고 들어온 압류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계약 당시에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는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어 공인중개사의 구두 확인만 믿고 계약을 진행했던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세입자가 확인 가능한,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압류일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압류 원인이 된 세금의 법정기일이 변제의 순위를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무서는 임대인의 사생활보호를 이유로 법정기일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신문고, 국민청원,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절박한 상황을 하소연했으나 형식적인 대답과 외면만이 되돌아왔을 뿐입니다. 어떤 방법을 써도 법정기일은 알 길은 없고, 세입자는 어떤 대비도 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행 제도는 탈세자에게 유리하고, 선량한 세입자에게 불리합니다. 국가는 세금 징수에만 집중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압류 대상 부동산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며,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에 소홀해 세입자를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갭 투자’ 등으로 인해 전세 보증금이 집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임대인의 국세 체납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합니다.

‘법정기일 공개 의무화’. 전셋집에 압류가 발생할 경우, 세입자에게도 세목과 체납 세액, 법정기일 등을 고지해 발생할 문제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입자 보호 위한 법률 제정’. 임대인의 탈세로 인한 세입자 피해를 구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합니다.

‘국가의 책임 강화’. 국가는 탈세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세 체납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한 피해자입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가는 탈세를 방지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통해 더 이상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공동체 유지의 책임을 죄 없는 세입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현행법을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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