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환경 이슈, 접점없는 찬반 갈등” 제주 제2공항 ‘험난한 비행’

박미라 기자 2024. 9. 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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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제2공항 기본계획 도민공람
제주도 심의 도의회 동의 받는
환경영향평가 주목·진통 불가피
제주 제2공항 조감도. 국토부 제공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됐지만 향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적한 환경 이슈와 팽팽하게 갈린 찬반 의견, 제주도의 심의와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평가까지 ‘험난한 비행’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9일부터 10월11일까지 도홈페이지와 도보, 읍면동 등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공람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551만㎡ 규모로, 5조4532억원이 투입돼 지어진다. 활주로 1본(길이 3200m·폭 45m)과 항공기 28대를 동시에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31만1000㎡), 여객터미널(11만8000㎡), 화물터미널(6000㎡), 교통센터 등이 들어선다.

제2공항은 연간 1690만명 규모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다. 항공수요가 증가하면 2단계 확장사업을 통해 연 1992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제주시 용담동 제주국제공항의 수용능력은 연 최대 3150만명이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2909만명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제2공항 개항까지는 환경영향평가와 기본설계, 실시설계, 토지 보상, 착공, 준공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이중 환경영향평가는 제주 사회를 뒤흔들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하반기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한다.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해야 한다. 제주도는 관련 조례 등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국토부에 회신한다. 다만 도의회에서 부동의 의결되면 제2공항 건설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부터 제기된 환경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진행될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2차례의 보완과 1차례의 반려 끝에 3년 6개월 만에 조건부로 환경부 심의를 통과했다. 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우려와 조류 서식지 보호, 항공소음 저감책과 공항 예정지 안팎 숨골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반대단체들은 이 같은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고, 용암동굴의 추가 발견 가능성도 있다면서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제주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찬성하는 제주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와 반대단체인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 5일 각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미라 기자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이후 지역사회는 두 개로 쪼개져 찬반 의견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다. 찬성단체들은 공항 혼잡 해소에 따른 안전성 확보와 관광산업·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환영하는 반면 반대단체들은 환경 훼손과 입지 타당성, 항공수요 측정 부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우려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제주도관광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공항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한계치를 도달했다”면서 “항공교통은 육지부를 연결하는 제주의 대중교통수단으로, 항공좌석 부족과 항공요금 상승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2공항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등도 공항 혼잡 문제 해결과 제주 발전을 위해 제2공항이 건설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건설의 근거였던 수요예측은 당초 연간 4560만명에서 3970만명으로 감소했고, 고령화 등의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과대 예측”이라면서 “수요는 늘지 않음에도 환경을 훼손하고 혈세를 낭비하면서 더 큰 공항을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지와 농지를 콘크리트로 덮고 항공교통을 늘리겠다는 것은 기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대단체는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제2공항 문제를 도민 동의 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대단체는 “국토부는 당초 반대와 찬성이 8대2에서 5대5 정도로 호전됐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2015년 찬성여론이 70%를 상회했으나 이후 제2공항 필요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찬반 의견이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해군기지 논란 이후 또다시 제주 공동체가 반으로 나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제주도는 기본계획이 고시된 이후를 ‘제주도의 시간’이라고 강조하면서 환경영향평가 심의 단계에서 관련 논란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도민 갈등 최소화와 도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제주도의 권한을 적극로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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