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인권헌장 공청회, 반대측 난입에 '아수라장'

제주방송 신동원 2024. 9. 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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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에 관한 제주도민 목소리를 듣는 첫 공청회가 반대 측의 물리적 현장 점거로 10분 만에 졸속으로 끝났습니다.

당초 오늘(9일) 오후 2시 시작될 예정이었던 제주시 지역 제주평화인권헌장 의견수렴 공청회 현장은 헌장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공청회 시작 30분 전쯤부터 1시간 넘게 점거하면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반대 측 인사들의 행동이 보편 인권에 관한 선언을 담은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이념 논쟁으로 끌어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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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단상 점거 "절대 반대" 연호
"동성애, 4·3 관련 독소 조항" 주장
시작 10분 만에 종료..사실상 '파행'
헌장 설명·의견 제시 기회 박탈
보편인권 담은 헌장 '이념논쟁' 끌어내려 지적도
오늘(9일) 오후 제주시 제주혼디누림터에서 열린 제주시 지역 제주평화인권헌장 공청회 현장. (사진, 신동원 기자)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에 관한 제주도민 목소리를 듣는 첫 공청회가 반대 측의 물리적 현장 점거로 10분 만에 졸속으로 끝났습니다.

당초 오늘(9일) 오후 2시 시작될 예정이었던 제주시 지역 제주평화인권헌장 의견수렴 공청회 현장은 헌장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공청회 시작 30분 전쯤부터 1시간 넘게 점거하면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현장엔 약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반대 측 인사들이 반대 피켓을 들고 "절대 반대"를 연호하며 공청회 진행을 막았습니다. 심각한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공청회장 이곳저곳에선 반대 측 점거자들이 경찰들을 향해 몸을 부딪치는 모습도 연출됐습니다.

이들이 주로 문제 삼은 건 성적 지향과 정체성 등 성적 자기결정권과 제주4·3, 청소년 인권 등이었습니다. 이는 헌장의 근간인 일반원칙 제2조(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포함된 부분입니다. 반대 측은 이에 대해 '좌파 이념이 만든 헌장'이라는 표현까지 했습니다.

본인을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반대위원회'의 공동대표라고 한 지모씨는 "이건 차별금지법이고 이건 동성애 프레임을 살짝 숨겨놓고 겉으로는 평화 인권이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이게 좌파 이념을 깔아놓은 헌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씨는 울산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인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한 단체에서도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9일) 오후 제주시 제주혼디누림터에서 열린 제주시 지역 제주평화인권헌장 공청회 현장. 반대 측이 단상을 점거한 모습. (사진, 신동원 기자)


'제정 반대' 피켓을 들고 있던 한 주민은 "인권을 위한다는 건 좋은 취지인데, 인권이라는 게 어떤 소수의 사람만 보호하면 인권이라고 비춰지는 게 사실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라며 "내용을 봤더니 이미 결정을 지어놓고 그냥 진행하는 것, 마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느낌을 굉장히 받았다"고 했습니다.

반면, 헌장과 관련한 내용을 듣기 위해 공청회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일부는 반대 측 점거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현장에 있던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헌장엔 장애인과 관련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가 평화와 인권의섬이고 모두가 안전하기 위해 헌장을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물리력을 행사해 막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헌장 초안을 만든 도민참여단에 참여했다는 이모씨는 "힘들게 만든 초안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토론을 하면 되는 문제인데, 의견을 주고받는 최소한 민주적 절차도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함성구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장은 "공청회가 이런 소란 속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게 아쉽다"라며, "내일 서귀포에서 열리는 2차 공청회에선 차분하게 도민들의 객관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면 좋겠다"로 했습니다.

반대 측의 점거로 공청회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예정보다 40분 늦어진 오후 2시 40분에 시작됐습니다. 진행자의 발언과 발표가 진행되자 더 많은 반대 측 인원이 단상에 난입해 혼란이 가중됐고 공청회는 10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헌장에 관한 설명이나 의견교환이 실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채 요식 행사 수준으로 전락하며 마무리된 것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반대 측 인사들의 행동이 보편 인권에 관한 선언을 담은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이념 논쟁으로 끌어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총 10개장, 40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4·3과 평화, 참여와 소통, 건강과 안전, 문화와 예술, 자연과 환경 등 도민 생활과 밀접한 보편적 기준과 도민의 권리, 도의 이행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9일) 오후 제주시 제주혼디누림터에서 열린 제주시 지역 제주평화인권헌장 공청회 현장. (사진, 신동원 기자)



오늘(9일) 오후 제주시 제주혼디누림터에서 열린 제주시 지역 제주평화인권헌장 공청회 현장. (사진, 신동원 기자)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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