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물 건너가나···“백악관서도 비관론 커져”
이스라엘 협상팀도 “1단계 휴전안조차 어렵다”
“휴전 협상 불발 시 레바논 진격해야” 주장도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비관적인 전망이 퍼지고 있다는 전언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인질 석방 및 가자지구 휴전 협상과 관련한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휴전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수석 고문들과 함께 새 휴전안 전달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고문들 사이에선 이런 시도가 의미 없으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백악관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지금은 힘든 시기”라며 “백악관 사람들은 슬프고 화가 났으며 좌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협상을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지만 당장 아무것도 내놓을 생각이 없다. 힘든 처지”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쯤만 해도 휴전 협상이 90% 가까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보도로 전해졌는데, 당시 남겨진 핵심 쟁점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비관론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기존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는 데다, 새 요구를 추가로 제시하면서 비관론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 조건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00명을 풀어달라는 새 요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자국군을 철수시키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는 협상 타결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지목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을 원한다면 필라델피 회랑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며 ‘철군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중이다.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도 협상 의지가 없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신와르는 당장 협상을 원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마스가 인질을 살해하고 극단적 요구를 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더 많이 양보하는 모양새의 합의를 원하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채널 12 뉴스도 이날 이스라엘 협상팀 고위 관계자가 최근 인질 가족에게 이른 시일 내 합의 타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시점에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단계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 중 1단계는 6주간 휴전,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일부 인질 맞교환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협상 타결이 멀어지는 분위기가 감돌자 이스라엘 내에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협상파’로 꼽혔던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중동 포럼에서 “우리는 인질을 구하기 위한 협상을 모색해야 하지만 며칠 또는 몇 주가 됐든 타결이 어렵게 되면 북쪽으로 진격해야 한다”며 “북쪽의 시간이 왔고 사실 우리는 (이 문제에) 늦었다”고 말했다.
간츠 대표가 거론한 ‘북쪽’은 이스라엘 북부 국경 레바논 남부에서 활동하는 헤즈볼라를 뜻한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최근에도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민방위 구급대원 3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의 북부 도시 키리야트 시모나에 로켓을 발사했다고 8일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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