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없다” 재생산 막힌 단종 부품...다른 전차서 뜯어와 돌려 쓴다

김경필 기자 2024. 9. 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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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방기술품질원 감사 결과
지난 7월 16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된 육군 6사단 제병협동사격훈련에서 K1E1 전차가 사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일부 부품이 단종됐으나 정부가 이런 부품들을 다시 생산해주지 않아, 무기체계 운용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은 부품 부족으로 백상어 어뢰 운용에 한때 곤란을 겪었고, 육군은 K-1 전차를 정비하기 위해 일부 K-1 전차에서 부품을 뜯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을 감사해 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군의 주요 무기체계 59종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2070종이 단종됐고, 이 중에서 966종(46.7%)은 재고가 소진됐다. 이 부품들을 교체해야 할 때가 됐을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새 부품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부품이 단종되면 국방기술품질원 부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시행하는 ‘무기체계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부품을 재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보니, 우리 군이 당장 필요하다며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생산을 요청한 부품 296종 가운데 107종(36.1%)이 생산되지 않았다. K-1·K-2 전차 부품 10종, 155mm 자주 곡사포 부품 5종, K263 자주발칸 부품 3종, 각종 중어뢰 부품 45종, 5인치 함포 부품 6종, 패트리어트 미사일 부품 7종, KF-16 전투기 부품 3종 등의 생산이 거부됐다.

이는 재생산할 부품을 정하도록 방위사업청이 만든 기준에 ‘경제성’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따라야 하는 방사청 기준에 단종 부품 재생산 시 경제성을 따지게 돼 있다 보니, 무기체계 운용에 필수적이지만 소요량이 적어 경제성이 부족한 부품들은 재생산 대상으로 선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1일 3000t급 잠수함 안무함 승조원들이 훈련용 표적에 대한 어뢰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해군

해군은 2021년 10월 백상어 어뢰의 단종 부품을 생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생산이 거부됐다. 이에 따라 해군은 백상어 운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경로로 부품을 확보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지난해 6월 K-1 전차 포수가 사용하는 보조 조준경용 부품의 조달을 요청했다. 그러나 역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생산이 거부됐고, 육군은 이 부품을 ‘동류 전환(同類轉換)’ 방식으로 구하고 있다. 한 K-1 전차에 포수 보조 조준경 부품이 필요해지면, 다른 K-1에 있는 부품을 가져다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운용 가능한 K-1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육군은 올해 1월에는 K263 자주대공포의 사격통제부 일부 부품 생산을 요청했으나, 이 또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생산을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육군은 해당 부분에 대한 정비를 중단했고, 감사원은 앞으로 K263 가운데 대공 사격이 불가능한 장비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에 단종 부품 재생산 기준을 고치라고 통보했다. 방사청은 앞으로 단종 부품 생산 결정 기준에 ‘군 운용성 향상’을 추가해, 군이 시급히 요구하는 단종 부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감사원에 답했다.

한편 국방기술품질원이 품질을 보증해 군에 납품된 부품 가운데 52종은 실제 무기체계에 부착하는 것이 불가능한 부품이어서 2021~2023년 3년 새 하자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격에 맞지 않아 조립이 곤란했기 때문인데, 감사원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이런 부품들을 실제로 조립·부착해보는 시험을 했다면 하자를 미리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부품의 종류와 수량이 매우 많아, 국방기술품질원이 모든 부품에 대해 조립·부착 시험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감사원은 적어도 국방기술품질원이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고위험 부품’으로 사전에 분류해놓은 부품에 대해서는 조립·부착 시험을 해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은 이렇게 아귀가 맞지 않는 부품을 다시 납품받아야 했고, 그동안 해당 부품이 들어가는 무기체계의 운용이 짧게는 40일에서 길게는 751일까지 일부 제한됐다. 155mm 곡사포의 특정 부품은 조립 곤란 하자가 발견돼 다시 납품받을 때까지 76일이 걸렸고, K9 자주포 부품 수정은 136일, 무전기 세트의 부품 수정은 303일이 걸렸다. K-1 전차에 들어가는 도관 부품 하나는 조립 곤란 하자 발견부터 부품 수정까지 751일이 걸렸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인력과 예산 사정상 모든 부품에 대해 조립·부착 시험을 하기는 어렵지만, 하자 발생 고위험 부품에 대해선 조립·부착 시험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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