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37〉기업경영의 바이블, 피터 드러커의 혁신과 한계
중국 전국시대 상앙은 관직을 얻으러 진나라 임금 효공을 면담했다. 복희, 신농, 요, 순 등 중국의 신화를 창조한 '황제의 도'를 말했다. 효공은 코를 골았다. 하, 은, 주 3대를 이끈 '성군의 도'를 말했다. 효공은 지루했다. 백성을 가혹하게 다루고 적국을 전쟁으로 눌러 부국강병을 이룬 '패자의 도'를 말했다. 효공의 눈이 반짝였다. 상앙을 등용해 뒷날 진시황의 중국 통일 토대를 닦았다. 많은 기업이 창조보다 경쟁을 택한다. 창조를 통한 기업 혁신이 이상적인 황제와 성군의 도라면, 사냥하듯 시장 우위를 노리는 경쟁은 현실적인 패자의 도가 아닐까.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신산업을 창조하기 쉽지 않다. CEO의 임기가 짧기에 단기성과로 평가받는 시대다. 경쟁자를 조금이라도 앞서는 것이 평가와 보상에 중요하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생각은 어떨까. 기업가는 목적과 초점을 가지고 조직의 경제적, 사회적 잠재력에 변화를 일으킨다. 근로자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한다. 일자리는 자본과 기술이 아니라 기업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본주의는 창조와 파괴를 거듭한다. 훌륭한 기업가는 불확실성에 달려들고 미지수를 처리한다. 변화를 이끌어 파괴를 막고 창조에 올라탄다. 돈벌이에 그치지 않고 시장과 사회를 위해 혁신하는 조직을 만든다. 변화에 기회가 있다. 산업과 시장에 나타나는 특이한 징후, 인구수, 인식 변화를 감지하고 경영에 연결한다. 특이한 현상과 다양한 불일치에서 기회를 찾는다. 기존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귀를 기울인다. 뉴욕 메이시 백화점은 우아한 패션상품이 주력이었다. 가정용품이 더 팔리는 특이한 상황에 직면했다. 중산층 성장에 따른 안정적 장기 패턴으로 분석했다. 가정용품 매장에 집중해 실적을 높였다. IBM은 컴퓨터를 과학계에 팔았다. 기업의 관심과 문의가 늘었다. 기업의 규모 증가와 복잡화에 따른 현상이었다. 놓치지 않고 기업용 컴퓨터시장을 열었다. 항상 더 나은 해결책이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생각이 바뀌면 시장도 달라진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소규모로 접근하되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 지식에 기초한 혁신도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지만 효과가 크다. 시장 창출을 끊임없이 고민하라. 듀폰은 나일론을 개발했지만 나일론을 팔지 않았다. 나일론을 소재로 만든 스타킹, 속옷, 타이어를 파는 시장을 만들었다. 핵심에 집중하고 시장을 선점하라. 혁신은 위험이 커서 재무,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객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면도는 시간과 비용이 들고 위험하다. 질레트는 일회용 면도기를 개발했다. 고객의 시간, 비용을 절약하고 안전을 보장했다. 성공 사례를 창조적으로 모방하고 경쟁자를 이용하는 등 전략적으로 시장을 지배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 놓친 문제는 없을까. 기업을 정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비용절감은 즉각 효과를 낸다. 관료화도 같이 진행되는 단점이 있다. 작게 성공한 기업은 많지만 크게 성공한 기업이 적은 이유다. 단기성과를 중시하는 기업이 쉬운 가르침만 실천한 결과다. 혁신을 규칙으로 만들면 임직원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사라진다. 단기성과를 지키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사회·환경·지배구조(ESG), 홍보 등 관리에 비중을 둔다. 세계적 경영학교수나 글로벌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받는다. 실제 도움이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컨설팅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상은 초격차를 표방하지만 현실은 모방하며 조금 앞지르는 전략이 주를 이룬다.
피터 드러커의 주장이 의미 있는 시대가 있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시대다. 규제도 느슨했다. 새롭고 특이한 것을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거기선 모든 것이 혁신이 됐다. 지금은 호황보다 침체가 많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은 충분하다. 창의가 더 중요하다. 다양한 혁신주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하자. 생활혁신의 일상화를 위한 체계와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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