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 출입 막은 도둑설명회”…청양 지천댐 건설 민·민 갈등에 군수 고소당해
경찰 통제에 반대 주민 측 출입 못해…“편파적 설명회”
주민이 군수 고소까지 “역할 제대로 못해…직무유기”
“찬성 주민들만 몰래 불러 모아 여는 주민설명회가 무슨 의미가 있나유.”
주민들의 반발로 한 차례 무산된 정부 주관 충남 청양 지천댐 주민설명회가 반대 주민들의 출입을 막은 채 개최됐다.
환경부는 9일 청양군 지천리 마을회관에서 지천댐 건설 필요성 등을 설명하는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청양 문예예술회관에서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했지만, 지천댐 반대대책위원회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날 설명회에서 환경부 관계자들은 주민들에게 댐 건설 적정성 검토와 사업 추진 절차, 보상 범위와 규모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마을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만 참석했으며, 반대 측 주민들은 경찰의 출입 통제로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1시간 30분 가까이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반대 측 의견도 들어달라”며 마을회관 인근에서 환경부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 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명숙 지천댐 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시위를 하러온 것이 아니라 수몰지역 주민으로서 설명회를 들으려고 왔음에도 반대 측 주민들만 출입을 못했다”며 “댐 건설 찬성 측만 초대하고 반대 측 출입은 막는 설명회는 주민설명회가 아닌 도둑설명회”라고 말했다.
청양 대치면 탄정리에 사는 복영수씨(60대)는 “입 맛에 맞는 의견만 들으려고 하는 정부의 행태가 당황스럽기만 하다”며 “반대 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한 설명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다”고 지적했다.
지천댐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환경부에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3169명의 서명부를 전달한 바 있다. 청양군 전체 인구가 2만9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10% 이상의 주민이 댐 반대 서명을 한 셈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어서 청양군의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이날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은 각각 김돈곤 청양군수를 겨냥해 퇴진을 촉구하거나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 등 반대 측 주민들은 이날 청양군청 앞에서 김 군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삼성 지천댐 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정부는 댐 건설로 청양지역이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 대다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많은 주민들이 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동안 군수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성토했다.
반면 댐 건설에 찬성하는 지천댐 추진위원회 측은 이날 충남경찰청에 직무유기 혐의로 김 군수를 고소했다.
이종석 지천댐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주최 측인 청양군수가 반대자들에 대한 행사장 퇴거 조처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명하지 않았다”며 “반대하시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진정시켜야하는 군수가 역할을 잊은 채 수수방관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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