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밤샘 개발하며 서로 이해 쑥쑥"…사내문화 바꾼 해커톤

배한님 기자 2024. 9. 9. 15: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박2일 LGU+ 사내 해커톤 '핵스티벌' 가보니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LG유플러스 마곡사옥에서 열린 사내 해커톤 '핵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개발 멘토링을 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개발자들과는 용어도 사고방식도 다른데, 시너지를 내려면 이들의 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해커톤이 그 기회였죠. 직접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갭이 컸습니다. 여러 가지로 참 좋은 배움의 기회인 것 같아요."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LG유플러스 마곡사옥에서 만난 한우주 씨는 들뜬 표정으로 사내 해커톤 참가 소감을 말했다. 입사 10년 차인 그는 기업사업개발팀에서 일하는 비개발자다.

한 씨는 "세상이 온통 AI(인공지능)를 말한다"며 "코딩의 '코'자도 모르지만, AI 개발자들의 축제에 뭐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가 기획자로 추천받아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역량을 모아 제한된 시간에 아웃풋(결과물)을 내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핵스티벌 참가자들이 개발 과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올해로 3회차를 맞은 LG유플러스 사내 해커톤 '핵스티벌(Hackstival)'에는 75명이 14개 조로 참가했다. 5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이번 핵스티벌은 개발자들만 참가하던 지난 행사와 달리 처음으로 비개발직군인 기획과 디자인 직무까지 참가자 폭을 넓혔다. 상품만 지급했던 앞 대회와 달리 올해는 총 1000만원의 상금도 책정했다. 1등은 500만원, 2등은 300만원, 3등은 200만원을 가져간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개막식에서 "과거에는 개발자와 기획자가 분리돼 있었는데, 지금은 전사적 협업에 의해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시대다"라며 "이를 토대로 개발 문화를 바꾸고 전사 조직을 애자일(Agile)화 하면 가장 앞서가는 AX(AI 전환) 컴퍼니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올해 주제는 생성형 AI를 접목해 사내 업무 도구를 효율화하거나 기존 LG유플러스 상품을 개선하는 것이다. 반드시 AI 프롬프트를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전에 MS(마이크로소프트) 애저·AWS(아마존웹서비스)·몽고DB 등에서 사전 교육도 진행했다. LG유플러스 자체 AI 모델 '익시'도 활용할 수 있다.

핵스티벌 운영을 맡은 박종완 선임은 "사전 진행한 AI 프롬프트 교육에는 약 350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며 "이분들이 (해커톤) 현장에서 멘토링도 진행하며 AI 프롬프트 사용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사내 해커톤 핵스티벌 현장. /사진=LG유플러스


핵스티벌 현장에는 5~7명으로 조를 구성한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바쁘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참가자들은 사무실에서 커다란 모니터와 노트북, 키보드 등을 가지고 내려와 각자 테이블을 꾸렸다. 무박2일로 진행된만큼 밤샘을 위한 세면도구와 간식, 목베개 등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쪽잠을 위해 빈백(Bean Bag)도 비치됐다. 중간중간 비타민 음료 등을 선물하는 추첨 경품 이벤트도 열렸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해야하는 만큼 해커톤은 수평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임원급 팀원도 예외는 없다. 박기흥 U큐브개발랩 담당은 "관리 직급에 있다 보면 개발에 대한 감각이 멀어지는 느낌이 나는데, 그게 싫어서 참가하게 됐다"며 "담당이 저거밖에 못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미리 공부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담당의 팀은 개발자 3명, 기획 1명, 디자이너 1명으로 구성됐는데, 박 담당은 3명의 개발자 중 백엔드 개발을 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사내 해커톤에 참가한 박 담당은 "새롭게 만난 팀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즐겁다"며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6일 LG유플러스 사내 해커톤 핵스티벌 참가자들이 시상식 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이번 핵스티벌 대상은 'LLM(초거대언어모델) 기반 영업 모델 탐지·분석·리포팅 시스템' 개발팀이 받았다. 2등은 '통화 기반 스피치 코칭 서비스' 개발팀이, 3등은 '메일 기반의 AI Work Agent Suite' 개발팀이 받았다.

2등팀에서 디자이너로 참여한 이성수 사원은 "음성 파일을 업로드하면 대화 패턴을 분석하고 원하는 페르소나에 맞춰 스피치 코칭을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제가 디자인하는 대로 개발자분들께서 구현해 주셨다"고 전했다.

2년 연속 해커톤에 참가한 김주현 가입서비스개발팀 사원과 김하영 상품서비스개발팀 사원은 지난해 무관의 아픔을 딛고 올해는 3등에 입상했다. 김주현 사원은 "처음 뵙는 분들과 일하면서 뭔가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해결 방법에 대해 넓은 시야를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