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 다가와도 탄약 없어 속수무책”···‘전력 열세’ 우크라군, 사기 저하·탈영에 고군분투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6개월 넘게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무기 부족과 사기 저하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CNN은 동부 전선 요충지 포크로우스크에서 장시간 복무로 지친 데다 무기 부족으로 사기가 떨어진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탈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부 전선에서 부대를 지휘했던 지휘관과 장교 등 6명은 CNN에 탈영과 불복종이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새 동원령에 의해 전장에 투입된 신병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전쟁이 길어지며 병력 부족에 시달려온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초 대규모 동원령을 내렸다. 전쟁 초기 자원 입대한 병사들과 달리 이 동원령에 의해 징집된 신병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크로우스크 전투에 참여했던 한 부대 지휘관은 “모든 군인이 탈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면서 “신병들이 이곳에 오면 엄청난 숫자의 적군 무인기(드론), 포병대, 박격포를 보게 되고 그들은 한 번 진지에서 살아남으면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진지를 떠나거나, 전투를 거부하거나 군을 떠날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겨울과 올해 봄 우크라이나군이 전력 열세 속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심각해졌다. 특히 미국 정부의 군사 지원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몇 달간 무기 공급이 지연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일부 군인들은 적군이 다가오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들을 공격할 포탄이 없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보병 부대를 보호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59 독립 기계화 보병 여단 장교인 세르히 체호츠키는 “3~4일 주기로 군인을 교대시키려 하지만 드론 숫자가 많이 늘어나 너무 위험해졌다”며 “그래서 군인들이 더 오래 (참호에) 머물러야 할 때도 있는데, 최장 기록은 20일”이라고 말했다.
전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탈영병 숫자도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주둔지를 포기하거나 탈영한 혐의로 군인 1만9000명에 대한 형사 소송을 시작했다.
일부 지휘관들은 탈영병이 크게 늘자 상부에 탈영과 무단 결근을 보고하지 않고, 병사들이 처벌 없이 자발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첫 탈영과 무단결근은 처벌하지 않도록 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병참 거점인 포크로우스크는 최근 동부 전선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수개월간 이곳을 향해 조금씩 전진해 왔고,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이 무너지기 시작하며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요 철도와 도로가 교차하는 포크로우스크가 러시아에 넘어가면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전선 군수물자 조달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휘관은 우크라이나군 1명이 러시아군 10명과 싸울 정도로 수적으로 크게 열세이며, 무기 역시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단 장교는 부대 간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인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해 일부 부대에 전체적인 전황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웃 부대가 후퇴한 사실조차 알리지 않아 러시아군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6일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을 단행해 30㎞ 가까이 진군하는 등 적지 않은 전과를 올렸다. 이 공격은 장기간 교착 상태에 지친 우크라이나 군대는 물론 국민 전체의 사기를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작전이 길어지며 일부 군인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에서 작전을 벌인 뒤 우크라이나로 복귀한 한 군인은 “이 전쟁에서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다른 나라 영토에서 씨우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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