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전기차 시장…중국의 전방위 공습, 남은 곳은 미국뿐?
내수 시장을 평정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세계로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다. 내로라하는 유럽의 전통 자동차 명가들이 휘청거릴 정도다. 유럽을 넘어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공략 지역도 광범위하다. 미·중 갈등 여파로 중국 업체들의 발길이 아직 닿지 못한 미국 시장이 그나마 ‘기회의 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내놓은 ‘중국 전기차 혁신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순수 전기차(BEV), 수소연료전지차(FC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신에너지차’의 중국 내수 판매 비중은 올해 7월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웃돌며 51.1%까지 확대됐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69.9% 증가한 34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날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7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증가한 329만3000대로 집계됐다. 아시아에선 지난해 동기보다 12% 증가한 42만3000대가 팔렸다. 특히 비야디(BYD)와 상하이자동차(SAIC)의 판매량이 이 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9%, 91.8% 급증했다.
SNE리서치는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을 통한 중국산 전기차 제재 방침에도 중국산 전기차의 해외 판매량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각국이 관세정책을 통해 목표하는 수준만큼 자국 시장을 보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했다.
그룹별로 보면 미국 테슬라가 1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주력 차종인 모델 3·Y의 부진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1% 감소한 63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 감축, 유럽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향후 판매량 부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SNE리서치는 전망했다.
2위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한 40만5000대를 팔았다. ‘안방’인 유럽 시장의 전기차 수요 둔화 영향으로 분석됐다. 3위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보다 4.7% 감소한 30만9000대를 판매했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과 유럽은 이미 전기차 보급률이 꽤 올라가 있는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와 각국 자동차협회 등의 자료를 보면 올해 1~6월 기준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은 중국이 33.43%, 유럽이 19.44%에 이른다.
반면, 미국은 9.20%에 머물러 있어 상대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된다. 캐즘 장기화 국면에서도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업계가 미국 시장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배경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고가 차량 판매 비중이 높은 데다, 초박빙 구도를 펼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집권하더라도 ‘전동화가 필수’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NE리서치 집계 결과 올해 1~7월 북미 시장에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한 99만700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역성장하고 있는 테슬라와 달리 현대차그룹, 스텔란티스, 포드의 판매량이 증가하며 북미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 양산이 목표다.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들어설 합작법인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GM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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