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버지 되고싶다" 시주함 털던 소년, 27년 만에 참회의 편지 [따뜻했슈]

안가을 2024. 9. 9. 15: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경남 양산시 통도사 자장암은 최근 시주함을 열다가 한 통의 손 편지와 함께 5만원짜리로 된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절도현장에서 가만히 어깨 잡아줬던 스님
27년 만에 200만원 현금과 감사편지 보내
/사진=통도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경남 양산시 통도사 자장암은 최근 시주함을 열다가 한 통의 손 편지와 함께 5만원짜리로 된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

"IMF시절 자장암 시주함서 3만원 빼갔다" 고백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27년 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서 통에서 돈을 빼갔다. 약 3만원 정도로 기억난다"며 "그리고 며칠 뒤 또 돈을 훔치러 갔는데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다. 그날 아무 일도 없었고 집으로 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름을 남기지 않은 편지의 주인공은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어려웠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암자에 찾아가 시주함을 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참회의 글을 편지에 담았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잘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스님이 주문을 넣어서 착해진 거 같다. 그동안 못 와서 죄송하다. 잠시 빌렸다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
현문 스님 "너무 큰 감동...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당당하시길"

27년 전 소년의 어깨를 따뜻하게 잡아준 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역임한 후 지금은 자장암에 기거하는 현문 스님이다.

현문 스님은 생각지도 못한 손 편지와 현금을 접하고 크게 감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님과 함께 사연을 접한 통도사 영축문화재단 한 관계자는 "스님은 소년의 얼굴을 잘 기억하진 못하지만, 당시 어려운 IMF 시절 불전함 주변을 배회하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 소년도 그랬다. 소년의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돌려보낸 기억이 생생하다"며 "정말 아름다운 인연으로 돌아온 감동적인 편지"라고 말했다.

특히 편지의 마지막에는 더 따뜻한 소식이 담겨 현문 스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고.

편지 마지막엔 "곧 아기가 태어날 거 같은데 아기한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날 스님 너무 감사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장암 관계자는 "스님은 가슴 따뜻한 이 손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그 주인공에게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길 축원했다"고 전했다.
#양산 #손편지 #통도사 #참회 #자장암 #현문스님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