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연고도 없는 지역에..." 11년 만에 날아온 '황당한 독촉장'
서울에 사는 안창혁 씨는 얼마 전,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채권 추심 통보서를 받았습니다.
11년 전부터 몇 년 동안 밀린 정수기 요금 630여만 원을 며칠 안에 내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안 씨는 정수기를 계약한 적도, 사용한 적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안창혁 / 제보자 : (연락을 받고는) 대여한 적이 없는지 물어봐서, 나는 그런 사실이 없다.]
정수기 업체에 알아보니 지난 2013년 10월 안 씨가 정수기와 연수기 등 제품 4대를 계약한 걸로 돼 있었습니다.
안 씨가 정수기를 설치했다고 계약서에 적힌 곳은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다세대 주택이었는데요.
안 씨는 가본 적도 없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정수기 계약 시점, 안 씨의 등본상 주소는 서울 신정동이었고,
가족 중에도 이 지역에 연고가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게 안 씨 설명입니다.
누군가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것 같다는 안 씨.
하지만 업체는 명의도용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 추심사에서 연락드리는 부분은 제외를 진행을 해드려서…. 미납 요금이 없어지는 부분은 아니고요. 명의도용이 완전히 다른 분이 고객님의 명의를 도용했던 부분이 확정돼야만….]
그런데 사문서위조의 경우 공소시효가 끝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었습니다.
업체 역시 당시 담당 직원이 오래전 퇴사하고 원본 계약서도 남아있지 않아 계약 때 상황을 알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양측 모두 답답한 상황.
결국 업체는 안 씨에 대해 채권 추심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 연체료와 그때 뭐 안내 드린 것처럼 그렇게 되는 게 아니고, 고객님 일단 추심 초과도 없어졌고, 고객님 대여료 청구된 부분도 다 0원 처리 완료됐습니다.]
하지만 안 씨는 제대로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게 답답하다고 호소합니다.
[장두식 / 변호사 : 내가 요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소송해서 다툴 수는 있을 것 같은데…민사 소송을 해서 입증해야 하는데, 그것 말고는 누가 도용을 했는지도 확인이 안 되면, 가해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서로 다 피해자인 상황….]
안 씨는 또 다른 곳에서도 자신의 명의가 도용돼 비슷한 상황을 겪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YTN 배민혁입니다,
촬영기자ㅣ박진우
자막뉴스ㅣ고현주, 정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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