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군의관 235명 추가 투입…의료현장 "도움 안된다"
응급의사회 "의사 92% '응급실 위기'…연휴에 큰 위기 맞을 것"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에 9일부터 군의관, 공중보건의(공보의) 235명을 추가로 파견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응급실에 투입된 군의관들도 임상경험 부족으로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이 2000만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군의관, 공보의 235명이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에 배치된다. 정부는 의료기관 필요도와 군의관의 의사를 고려해 우선 150명을 파견하고, 나머지 인원은 이번주 내 순차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 의료기관 5곳에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이들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대목동병원 1명, 아주대병원 2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1명이다.
파견된 군의관 대다수는 병원에 출근했지만, 임상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응급실 대신 중환자실 등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들의 업무 또는 기관을 변경해 재배치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도 군의관이나 공보의들이 응급실 업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교수 217명에게 파견 군의관, 공보의가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되었는지 물었더니 30.9%만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응답은 31.8%에 달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군의관, 공보의는 대부분 일반의이기 때문에 병원에 오면 사실상 전공의 1년차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병원에서 쓰는 프로그램을 알려주고, 적응을 하는데만 한 달이 걸리는데 어떻게 응급실 업무에 바로 투입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방 소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배후진료가 안되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이 때문에 '응급실 뺑뺑이'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군의관, 공보의를 파견할 게 아니라 숙련된 의료진을 파견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내놓은 응급의료 대책들은 현장에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응급실 과밀화 해소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더해 복지부에서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에 대해 징계를 거론했다가 번복하는 등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 점도 한 몫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군의관들에 대해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부인하자 징계 검토를 철회했다.
하지만 만일 군의관들이 응급실 업무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들 대다수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으로 소극적으로 진료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보의와 군의관 과실에 의해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으며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단체보험에도 가입한 바 있다.
청구당 2억원까지 보상 가능하도록 계약을 이미 마쳤으며, 파견 인력 과실에 의해 배상 책임이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자기부담금 2000만원을 책임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군의관 배치에 대해서 협의할 예정"이라며 "군의관의 업무범위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과 원활하게 업무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이번 추석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6개월간 의료대란 속에서 현장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고 결국 응급실 붕괴는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와 국민들의 심각한 피해가 눈 앞에 다가올 것"이라며 "전국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추석연휴 응급의료 위기를 우려하고 있고, 의료자원의 한계로 갈 곳 없는 환자들은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3~7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응답자의 92%는 현재 응급실 상황을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수도권 응급실의 경우 97%가 '추석을 위기, 혹은 심각한 위기'로 인식했으며, 비수도권의 경우도 94%가 위기라고 봤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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