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응급실 의사 블랙리스트...정부 “악의적 실명 공개는 범죄”

오경묵 기자 2024. 9. 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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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블랙리스트에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며 비꼬는 내용과 함께 응급실에 파견돼 근무 중인 이들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했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전임의 등의 개인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사이트인 ‘감사한 의사’에는 최근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각 병원별 근무 인원이 일부 근무자 명단과 함께 게시됐다.

이 사이트는 운영자가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매주 업데이트하는데,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이 추가된 것이다. 명단에는 ‘○○○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식으로 의사의 실명이 적혀있다. 그러면서 “복지부 피셜(발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응급의료는 정상 가동 중’ 이를 가능하게 큰 도움주신 일급 520만원 근로자분들의 진료정보입니다” “인근 지역 구급대 및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 큰 도움되리라 생각합니다” 등의 문구도 함께 쓰여있다. 응급실 파견 근무 중인 군의관들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날 응급의료 등 비상지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가 진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사기와 근로 의욕을 꺾고 있다”며 “일부 군의관은 이런 사건으로 말미암아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의료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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