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인력 부족이 과로사 불렀다"…경찰 초과근무, 공무원의 2배 이상
7월 한 달간 경찰 3명 과로사…극단 선택도
초과근무 유도하는 저임금, 인력 부족 문제
[서울=뉴시스] 김남희 이태성 기자 = 최근 경찰이 잇따라 과로로 사망한 배경에는 만성적 인력 부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범죄 다변화로 늘어난 수사 수요를 인력이 뒤따라오지 못해 과로와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찰관 과로 실태와 해결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고 민관기 직협 위원장과 임준대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이주희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경찰 3명이 잇따라 사망한 것이 배경이 됐다. 앞서 서울 관악경찰서와 충남 예산경찰서에서 경찰관 2명이 각각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서울 동작경찰서 경감이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임금이 부른 초과근무…승진 스트레스까지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총조사(2018)에 따르면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초과근무' 비율은 국가공무원 전체 25.1%, 경찰직 48.3%, 소방직 66.3%였다. 경찰직과 소방직의 초과근무 비율이 국가공무원 전체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난 셈이다.
초과근무를 하는 이유로는 '업무특성'이라는 응답이 50.9%로 과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실태조사에서도 경찰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55.3시간으로 '만성 과로' 기준인 주 52시간을 훌쩍 넘겼다.
특히 경찰은 부족한 인력을 매우기 위해 비번이나 휴무일에 자발적으로 근무하는 '자원근무'를 운영하는데, 낮은 임금을 매우기 위해 자원하는 인원이 많다.
강소영 교수는 "자원근무를 하는 이유로 '4~5 교대로는 수당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공무원 초과근무에 상한이 없고 급여 수준은 낮은 상황에서 자원근무제를 활성화하면 과로로 인한 질병 우려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과도한 승진 경쟁도 자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은 고위직 비율이 공무원 중 최하위 수준인 데다 정해진 기간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강제 퇴직하는 '계급 정년'까지 있다.
강교수는 "경찰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2배 이상 정신건강 자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2018년 발표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보면 경찰관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약 20명으로 소방관(약 10명)이나 집배원(약 5명)보다 크게 높았다.
범죄 다양화에 치안 수요 늘어도 인력은 제자리
가정폭력·아동학대·성폭력 피해자 보호도 경찰 업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기존에 검찰이 하던 주요 수사들도 경찰로 넘어왔다.
경찰 전체 인력은 지난 5년간 10%(1만2656명) 증가했지만, 지역경찰 인력은 0.5%(23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남 김해 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경찰 인력을 반드시 충원해야 한다. 수당도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순경급 시간외 수당이 최저시급과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 휴일과 야간 연장수당도 없다"고 비판했다.
송관철 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인원 충원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경찰 증원 요구는 자칫 밥그릇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 객관적인 조직 진단 및 업무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안 수요에 따른 인력 재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 교수는 "경기남부청은 경찰관 1명당 544명을 담당하는데 서울청은 313명을 담당해 지역별 격차가 크다"며 "치안수요와 규모에 따른 인력 배치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달 19일 연이은 경찰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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