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의사' 없이 개문발차?…의료계 "백지화부터 해라"

강승지 기자 2024. 9. 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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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의대증원 '백지화' 두고 견해차 상당
"협의체보다 근본 문제 논할 기회 중요" 불참 수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뒤 회동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4.9.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간 일관되게 요구했던 '2025학년도 증원부터 백지화'가 관철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 "협의체에 참여해 우리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9일 "정부는 2025년을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라.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 의대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 추계 방식으로 양자가 공정하게 논의하자"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은 예정대로 유지하고 2026학년도 증원부터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계가 2026년 이후 증원에 의견을 내지 않으면 재논의가 어렵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은 꾸준히 의료계에 대화의 장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여야 간에 4자의 참여 수 등 구성 방식을 논의 중이다. 해결을 위한 중재 합의가 필요하다. 전제조건을 걸거나 의제를 제한해 참여가 막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야 원내대표도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난 뒤 의료계의 협의체 동참을 촉구하는 활동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도 협의체를 제안한 만큼 이번 추석 전후에는 이 부분과 관련해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공의, 의대생은 물론 상당수 의사는 정부에 대한 불신, 증원 백지화가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 등을 이유로 협의체에 불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날부로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됐지만 '백지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초음파 강의를 듣고 있다. 2024.9.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레지던트 임용 포기 전공의 A 씨는 "지금 해법은 증원 백지화뿐이다. 그렇지 않고서 협의체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전공의 가을 턴, 의협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처럼 개문발차 상태로 흐지부지된다"고 털어놨다.

휴학계를 낸 뒤 학교에 가지 않고 있는 서울 소재 의대생 B 씨는 "분위기는 이전과 똑같다. 이렇게 하다가, 정부나 정치권에서 말 바꿀 걸 잘 알고 있다"며 "다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료계 참여를 위해서는 내년 증원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협의에 임하라"며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직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협의체 출범보다 의정갈등 상황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협의체는 안 된다. 의료계가 받아들이기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최용수 성균관의대-삼성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역시 "해법은 신뢰 회복이다. 내년도 증원을 유예한 뒤 협의체를 출범해야 한다. 입시 혼란 최소화를 위해 수시모집 마감을 연장한 뒤 유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교수들도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수 의견이지만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자는 주장도 확인된다. 소폭 증원을 수용해 사태 해결과 정책 반영에 힘쓰자거나, 끝장 토론을 벌여 내년도 증원 백지화를 관철하자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다.

수도권 병원의 한 필수 진료과 교수 C 씨는 "전공의, 의대생이 협의체에 들어가 내년 정원 350~500명으로 타협을 하고, 필수의료 패키지를 제대로 구현하며 전공의 수련 체계를 재확립했으면 좋겠다. 계속 밀어붙이면 이길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진다"고 진단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대표 1인, 의대생 대표 1인이 협의체에서 증원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 대신 정부는 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집 요강 발표는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협의체는) 정부가 이렇게 노력했는데 의료계가 단일안을 가져오지 않아 해결할 수 없다는 명분만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의료계 책임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며 "의협은 사태 당사자인 전공의, 의대생에게 전권을 부여해 끝장토론이라도 이어가자"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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