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지구 밖으로 뻗어가는 시대… 전진기지 `우주항`에 주목하라

이준기 2024. 9. 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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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주도 위성 발사 수요 급증
역할 커지며 발사장 중요도 ↑
지구 자전 등 지리적영향 받아
건설·구축계획 전략 논의 필요
지난해 누리호가 발사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장 모습. 항우연 제공
미국 콜로라도 우주항 조감도
미국 휴스턴 우주항 야간 조감도

발사장, 우주기지, 우주센터 등으로 불리던 우주물체 발사시설이 기술 발전과 새로운 형태의 우주발사체 등장 등에 따라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면서 '우주항'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주항은 선박의 항구나 항공기의 공항 개념인 '포트(port)'라는 명칭이 우주에 붙은 것으로, 최근 들어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활성화와 준궤도 우주관광 등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 등장 등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에 미사일 발사기지나 우주개발 기지는 국가 안보상 비밀스러운 장소로 여겨졌지만, 뉴스페이스 시대에서 우주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주탐사, 유인 우주프로그램, 우주관광 등이 현실화되자 우주항의 개념과 기능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기지는 '우주항'으로 변모 중

우주항은 우주발사체,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한 지상 기반시설로, 전통적인 발사장의 역할과 기능이 다양하게 변화·발전하면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선 우주물체인 인공위성과 이를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운송수단인 우주발사체, 그리고 이를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 등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우주개발 하면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많은 국가들이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우주발사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활성화에 따른 위성 발사 수요 급증으로 발사장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주개발 선도국들은 자신들의 위성을, 자체 개발한 발사체에 실어, 자국 발사장에서 발사하며 우주개발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와 기업들은 자체 발사 수요에 맞춰 자사의 발사체를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13년 기준 30여개 국가가 우주항을 운영해 왔으나, 현재는 60여개의 크고 작은 여러 형태의 우주항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이 가장 많은 21개 우주항을 갖고 있다. 최근 10년 간 22개 우주항에서 발사가 이뤄졌고, 새로운 우주항이 계획되고 건설되고 있다.

대표적인 우주항을 살펴보면 소련의 우주개발에 대응해 구축한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와 케네디 우주센터를 꼽을 수 있다. 러시아에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와 유인우주 발사에 쓰인 바이코누르 발사장이 있다. 유럽은 프랑스령의 기아나의 쿠루 우주센터, 일본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인도는 사타시 다완 우주센터 등이 각각 우주항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가 2009년 6월 완공돼 세계에서 13번째 우주항 보유국이 됐다.

◇우주개발의 전진기지로 중요성 커지는 우주항

우주항 구축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우선, 지리적 위치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준다. 미국의 케이프 커내버럴은 동부지역에 위치해 발사 방위각이 35도에서 120도 사이다. 반면 서부의 반덴버그 우주항은 발사각이 158도에서 201도 사이로, 우주항 위치에 따라 지구의 자전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북쪽으로 발사하는 데 제한적인 요소가 있다.

날씨 등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받는다. 지진이 많은 일본의 경우 지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남부에 우주항이 위치하고 있으며, 산불과 쓰나미, 허리케인, 바람, 온도 등도 발사에 큰 영향을 준다. 때론 정치적 이유로 우주항 접근이 제한되기도 한다. 러시아가 운영하는 바이코누르 우주항은 카자흐스탄에 위치하고 있어 임대료를 주고 있으며, 케냐 포몬사만의 브로글리오 우주항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로마 사피엔자 항공우주센터 간 협약으로 운영된다. 알제리의 함마귀르 시험 발사장은 프랑스 육군이 운영한다.

정치적 이유로 우주항의 기능이 제약을 받는데, 이스라엘의 팔라마침 공군기지는 주변국들의 영향 때문에 서쪽으로 역행 궤도로 발사하는 우주항이다. 효율적인 우주발사를 위해 국가간 협정을 통해 발사 시 영공 통과를 허용하기도 한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영공을 통해 발사하고, 영국은 미 NASA와 협력해 카리브해 영국령에 지상국을 건설, 발사를 지원한다.

임창호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우주항은 우주개발의 전진기지이자 우주를 향한 관문으로, 우주개발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만큼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자체 우주발사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 노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민간 발사장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으로 건설·구축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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